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흥분해서 내내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있었더랬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도, 방석 같은 뭉게구름도, 철판을 이어 붙인 것 같은 비행기 날개도 마냥 신기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심드렁해졌다.
탄소 배출이 많아 비행기 여행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플뤽스캄’(Flygskam)에 생각이 미친 것도 잠시. 다시 콧구멍을 창가에 대고 벌름거리다가 민망해서 혼자 웃었다. 헤아려 보니 4년 만이다. 코로나가 잊고 있던 설렘 중 하나를 찾아 주었다. 그렇다고 ‘멈춤의 시간’을 다시 겪고 싶단 얘기는 결코 아니다.
2023-09-22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