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해무 속 충돌한 어선·화물선… 뒤집힌 배, 화재에 기름 유출까지 위기
17개 기관 합동 ‘해양선박사고 대응 훈련’ 현장을 가다
구조함정 8대·보트 3대·구급차 4대·소방차 11대 등 참여 2017년 급유선·낚싯배 충돌 사고 참고해 진행
급유선 화물창으로 기름 유출, 화재 발생 가정
전복된 어선서 인명 구조 최우선
구조 헬기로 의식 잃은 선원 구하고
일일이 생존 신호 확인 작업 거쳐화재 진압함·화학방제함·예방선 모두 투입
불길 잡고 300m 오일펜스까지 설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행안부 장관이 직접 지휘
“레디 코리아 정기적 실시… 복합재난 철저 대비”
지난 6일 오후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열린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해양선박사고 대응 훈련’에서 화학 사고에 특화된 화학방제1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양환경공단 예방선 중 규모가 가장 큰 에코미르호, 해경의 화재 진압함인 소방1호가 유류선 울산호를 향해 소화포를 발사하며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17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훈련은 행안부, 울산시, 해양경찰청 등의 소속 직원 400여명이 참여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울산해경 구조대원이 바다에 빠진 조난자를 구조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될 경우 조난자가 저체온증에 빠지는 위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구조해야 한다.
울산해경 구조대원들이 전복된 선체 위에서 망치를 이용해 타격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후의 보루인 선체 절단 전 전복된 선체 내부에 혹여나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다.
바다에 빠진 조난자가 구조 후 저체온증을 호소함에 따라 체온 유지용 보온 비닐로 몸을 감싼 채 이송하고 있다.
충돌 여파로 파손된 영덕호가 전복되면서 4명이 조난당해 신속한 구조가 필요했다. 훈련에서도 실제와 마찬가지로 인명 구조가 우선이다. 사고 해상에서 의식을 잃은 선원을 발견한 대원들은 불꽃을 피워 헬기 S-92호에 도움을 요청했다.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대원이 조난자를 태워 곧바로 울산병원으로 향했다.
같은 시간 뒤집힌 어선 위에서 선원 2명을 발견한 울산 해경은 즉시 1000t급 대형 경비함정 1009함과 고속단정 2척을 급파해 신속하게 구조했다. 뒤집힌 어선 안에 혹시 모를 생존자가 있는지 망치로 생존 신호를 보내 확인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뒤집힌 선박 절단 작업도 부분적으로 진행됐다. 인명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자 화재 진압이 시작됐다. 해경의 화재 진압함인 320t급 소방1호, 울산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화학 사고에 특화된 1030t급 화학방제1함, 전국 해양환경공단 예방선 중 가장 큰 560t급 에코미르호가 투입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가운데)이 정욱한 울산해양경찰서장(왼쪽), 김두겸 울산시장과 함께 해양선박사고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장관은 훈련 강평을 통해 “실전형 합동훈련인 레디 코리아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복합 재난에 대한 대비체계를 튼튼하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청항 및 방제 작업 임무를 수행하며 바다의 환경미화원으로 불리는 청화호에 탑승한 울산해양환경공단 소속 직원들이 유류선인 울산호에서 새 나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해경의 헬기 S-92호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대원이 전복된 영덕호에서 탈출해 표류 중이던 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사고를 처음 인지한 남해 해양경찰청이 상황관리 시스템을 통해 행안부와 해수부, 소방청, 해경청 등 관계기관에 상황을 알렸다. 행안부는 상황판단 회의를 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원격으로 중대본 회의를 열고 현장을 지휘했다.
현장에서 모든 훈련 과정에 참여한 이 장관은 “이번 훈련은 고난도 대규모 훈련을 통해 사고 대응체계를 숙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실전형 합동훈련인 레디 코리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훈련 결과를 토대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합 재난에 대한 대비체계를 튼튼하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11-09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