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경기도 안성 출생인 고인은 근대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1875-1941) 선생의 제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다. 13세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한성준 선생을 처음 만났고, 15세에 한성준 고전음악연구소에 정식으로 들어가 무용 공부를 시작했다. 태평무를 비롯해 한량무, 승무 등 스승이 만든 한국 전통춤의 백미들을 배워 전승한 인물이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는 춤을 재현한 것으로, 한성준 선생이 왕십리 당굿에 독특한 무속장단을 바탕으로 창안해 손녀 한영숙과 제자 강선영에게 가르쳤다. 강선영 선생에 의해 전승돼 중요 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됐다. 경쾌하고 절도 있어 한국 민속춤의 정중동의 흥과 멋을 지니고 있다.
한 선생이 만들고 강 선생에 의해 내려온 ‘한량무’도 서울시형문화재 제45호로 지정돼 전승되고 있다. 고인은 1960년 강선영무용단을 창단, 한국 무용인으로는 처음 참가한 파리 국제민속예술제를 시작으로 시드니 민속무용축제, 세계 민속예술제 참가 등 400여 차례에 걸쳐 한국 무용의 춤사위를 세계 각국에 선보였다.
2006년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한국 전통무용으로 처음 공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한국무용의 역사를 새로 썼다. 170개국을 돌며 1천회 이상의 공연을 해 한국 무용가 중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한 기록을 세웠다. 1963년 서라벌 예술대학 무용과 강사를 시작으로 한양대, 세종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 등에서 후진 양성에도 힘써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1988년 12월 1일 중요 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고, 같은 해 개인재산을 털어 고향인 안성에 태평무전수관을 개관, 전통문화 전승과 춤꿈 발굴, 양성에 힘썼다. 2013년 태평무 명예보유자가 됐다.
국립무용단 단장,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14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목련장(1973), 문화예술상(1976)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딸 이남복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오는 25일 오전. 장례는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장으로 치러진다. 02-2072-2091.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