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거래 말라는 경고”…北 국제금융망서 퇴출 가속 40여개국 파견 北 근로자 송금 어려워 질 듯…中 금융기관 압박도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국제 금융망에서 대북 거래에 대한 기피 현상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치의 최대 위력은 신용도가 중요한 금융시장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낙인’이 불러올 파급력, 즉 물결효과(ripple effect)에 있다는 게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의 대리계좌(국제금융거래를 위해 외국 은행에 계설한 계좌)를 개설·유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60일간의 규칙 제정 예고안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제3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미국 내 대리계좌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번 조치의 일차적 대상은 미국 금융기관들이지만, 제3국 은행도 대미 거래에 북한 자금이 흘러들어 간 것이 적발되면 계좌 폐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위장회사를 포함한 북한의 일체 금융기관과 거래를 계속할 경우 대미 거래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자발적으로 북한과 금융거래 단절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처벌 여부를 떠나서 북한과의 거래가 가져올 위험성 때문에 알아서 거래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간접효과는 북한과 사실상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중국 내 금융기관들에 가장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 은행과의 거래 자체가 은행의 신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굉장히 어려워진 것”이라며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제재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이) 정상적 금융거래는 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미국이 ‘정말 제재를 한다’는 신호를 준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 이후 북한이 전세계 40여국에 파견한 해외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본국에 송금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금융기관을 통한 임금 송금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현금 운반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런 상황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와 맞물려 더욱 효과를 낼 것으로도 분석된다. 안보리 결의가 이미 제재 회피를 위한 북한의 대량현금(벌크캐시) 이용을 규제하는 등 대체 수단으로서의 현금 운반에도 차단막을 쳐 뒀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 이후 위장거래 수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왔다는 면에서 실제 대외 거래에 얼마나 위축 효과가 있을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이번 조치가 BDA 제재 당시와 같은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시행을 해봐야 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이 실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에 ‘철퇴’를 내릴지도 현재로써 미지수다.
이 문제는 미국이 중국의 제재 이행 상황,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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