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대기 靑 참모들 “너무 참담하고 비통”

밤샘 대기 靑 참모들 “너무 참담하고 비통”

강병철 기자
입력 2017-03-31 18:16
수정 2017-03-3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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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밀렸다” 檢·법원에 불만 목소리…일각선 “진솔·적극적 소통 부족” 반성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결국 구속되자 청와대는 비통함과 절망감에 휩싸였다. 향후 법원에서 유무죄를 잘 가려 줄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남아 있지만 재임 기간 중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더 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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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참모진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한 이후 늦게까지 청와대에 남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발부 전까지도 참모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주거지가 일정하고 파면 이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벗어나지 않아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그러나 결국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참모들 사이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지켜지길 바랐는데, 너무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과 법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판으로 진실을 가리면 되는데 굳이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를 입혀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또 검찰과 법원이 여론에 떠밀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일부 감지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 모두 법리대로 본질에 충실하게 이번 사안을 다뤘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대응을 다르게 했더라면 현실이 조금은 달랐을 것이란 안타까움도 존재한다. 박 전 대통령이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했더라면 구속까지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반성 섞인 관측이다. 참모들은 이날 오전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상황을 공유했으나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새벽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이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04-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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