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지붕 두가정 걱정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중에서 가장 큰 공룡조직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거대한 두 분야가 한 지붕 안에 둥지를 틀게 됐다는 점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다소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기초과학기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정책효과가 빠른 ICT에 밀려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의도 가운데 하나는 창조경제를 위한 과학기술 육성이지만, 정작 부처의 실제 기능은 예전 과학기술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 업무 영역을 들여다보면 기초연구 부문은 교육부에 그대로 남는 대신 산하 기금만 3000억원이 넘는 원자력 분야는 통째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다. 부처 논리상 과학기술 분야가 ICT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경부의 산업기술·미래성장동력 연구개발(R&D) 분야는 그대로 남는 등 미래창조기획부가 산학협력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교과위 관계자는 29일 “기초과학 연구가 분산되면서 오히려 약화된 측면이 있고 창조경제 같은 것은 성과 위주로 로드맵이 짜여지면 허술하게 될 공산이 크다”면서 “우주개발 분야는 당선인이 임기 내 달 탐사 시험발사까지 하겠다고 제시했는데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수위·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에 대해 “과거 과기부가 맡았던 기능이 1차관 소관으로 가고, 현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오는데 두 부처 간 산학협력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라지는 것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국회 소관 상임위를 어디로 할지도 논란거리다.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조직 개편과 별개로 교과위가 교육부는 물론 미래창조과학부까지 관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상임위 이름은 교육과학위원회로 변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과위원장인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여야 위원 모두 뜻을 같이하는 만큼 여야 원내대표단과 행정안전위에 교과위의 일치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3-01-30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