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한반도 사드’
국방부 “군사적 효율성 등 검토” 양국 사드 조만간 공론화 시사정부가 29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재확인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25일 “군사적 관점에서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한·미 정부가 물밑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해 온 사드 배치 논의를 조만간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후방인 대구와 경북 칠곡을 중심으로 레이더 탐지 거리가 600㎞로 짧은 사드 2개 포대가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주한 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미국 전·현직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한·미가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 협상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주한 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와 관련한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사드의 제작사 미국 록히드마틴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 한국을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이들은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관련 기술 이전 문제를 주로 협의했지만 비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에 따른 가격과 조건에 대해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이를 통해 2개 포대 배치를 검토하고 7조원가량 소요되는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1개 포대는 6대의 발사대와 48발의 미사일, AN/TPY 고성능 레이더, 화력 통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군 당국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사드의 레이더를 유효 탐지 거리가 짧은 종말단계요격용(TBR)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배치된 사드의 전진배치용(FBR)은 탐지 거리가 1200~2000㎞로 평가되나 TBR레이더는 유효 탐지 거리가 600㎞에 그친다. 경기 평택 주한 미군 기지에서 중국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약 980㎞, 대구에서 베이징까지는 약 1160㎞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를 미국의 중국 감시용이라고 주장하던 중국으로서는 반대할 명분이 약화되는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에 따라 사드 배치 후보 지역으로 중국과 상대적으로 멀고 주한 미군 후방 기지가 있는 대구와 칠곡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칠곡에는 미군 탄약창과 물자보급소가 있어 보급에 유리하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주한 미군 배치 가능성에 대해 “유관 국가(한국)가 관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위한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구체화하기로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6-01-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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