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혜산시 시내를 흐르는 개천에 주민들이 모여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2020.9.22 교도 연합뉴스
9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땔감이 없는 주민들이 이웃집 변소 문짝까지 몰래 뜯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는 소식통을 인용해 “혜산시 외곽 지역에서는 땔감 부족으로 추위에 떠는 집이 많다”며 “땔감을 마련하려고 이웃집 변소 문짝까지 뜯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혜산시는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강추위에도 대부분의 주민은 하루에 한 번 겨우 불을 때고 있다. 생활난에 땔감을 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교 방학을 맞아 자녀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녀가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주민들은 ‘땔감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불을 땔 수 있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훔친다. 판자로 된 남의 집 대문, 심지어는 남의 집 변소 문짝까지 뜯어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소식통은 “발각되면 죽도록 맞기도 한다”며 “도둑질에 나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도 별다른 대책은 없어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땔감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북한은 1974년 4월 1일 세금 제도를 완전 폐지했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각종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고 수입이 꼭 필요하기에 이를 위한 비공식 관행으로 세외부담이 도입됐다.
세외부담은 비공식 관행인 만큼 공식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주민이 지방정부에 내는 비정기적 또는 반정기적 의무 부담을 가리킨다. 일정량의 돈이나 현물, 노동력 등이 대상이다. 계절적 수요, 특별한 날이나 공휴일, 지역 프로젝트나 정책 지원 등으로 명목도 다양하다.
할당량을 못 채운 주민은 사상적 각오가 투철하지 못하다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하도록 해 수치심을 주거나 심지어 정치범으로 간주한다.
38노스에 따르면 계속되는 국가의 요구와 부담을 이기지 못해 홀로 생계를 꾸리는 북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한 주민은 “정부는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관심이 없다”며 “그들은 우리가 파랗게 질릴 때까지 돈을 달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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