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62일만에 靑 ‘중폭’교체…하반기 국정운영 고삐죄기 해석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 4명을 전격 교체한 것은 다목적 포석이 담겨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의 하계 휴가가 끝나자마자 단행된 것이어서 휴가기간에 ‘숙성’된 인선의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62일만이다.
애초 두달여간 공석인 정무수석을 메우는 인선 정도가 예상됐지만 박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넘는 비교적 큰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 비서실을 거느려온 허태열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물론 공석인 정무수석비서관을 제외한 8명 중 절반을 교체하는 사실상 2기 참모진의 출범을 결정한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인선 브리핑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약 5개월여동안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게 정책기조와 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일을 해오셨던 대통령은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온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얻기위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휴가 이후 정국에 대해 느끼는 엄중함이 이번 인선에 반영됐다”고 입을 모은다.
국정 하반기를 맞아 청와대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다시 죄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이제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각오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시중에서는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등 방향성이 모호하며, 창조경제와 고용ㆍ복지 등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핵심 어젠다가 표류하거나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으로부터 산업안전보건 및 돌봄시설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그동안 여러 지적에 대해 개선방안을 추진했을텐데도 위반사항과 지적사항이 줄지 않아 참 답답하다”고 한 것은 이러한 시각을 감안한 질책으로 풀이됐다.
무엇보다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배경은 새 정부 초반 계속된 인사파동과 인사관련 불협화음 그리고 국가정보원 사태 와중의 정국대처 등과 관련해 책임을 물은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 허 실장은 정국상황과 관련해 ‘온건파’로 분류됐으며 이러한 입장과 태도로 인해 박 대통령과 다소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번 교체와 관련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허 실장은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이른바 ‘귀태’(鬼胎) 발언 파문이나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야당과 갈등을 빚는 사안들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다소 양보하는 등 온건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허 실장이 새 정부 출범 초 ‘윤창중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일부 실책과 인사파동, 공기업 인사중단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사를 임명한 것은 국정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들의 업무추진 능력과 실적에 대한 대통령의 누적된 불만이 인사로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최원영 신임 고용복지수석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복지부차관을 지낸 정통 복지 관료이고, 윤창번 신임 미래전략수석은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역임한 실물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인사검증의 담당자였지만 새 정부 초반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할 정도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경질설이 나돌았다.
즉 하반기 새 출발을 위해 박 대통령이 결심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민주당이 장외투쟁 등 강경 대여투쟁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급속히 얼어붙은 가운데 두 달여간 공석인 정무수석도 차제에 임명함으로써 대야 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무수석 임명을 계기로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제안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 회담 제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현 홍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제안이 나온 만큼 검토해보고 정황을 살펴보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인선을 두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비서실장에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알려진 핵심 측근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임명된 것을 놓고 ‘예스맨 비서실장’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인사파동이 계속 불거지고 정부조직법 대치 상황이 장기화한 것은 박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주변 참모들이 제대로 된 직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데서 기인한다.
김 신임 비서실장 역시 박 대통령의 뜻만을 따르다 보면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정치인 출신인 박준우 정무수석에 대해 청와대는 “새로운 역할과 시각을 기대한다”고 기대를 표명했지만, 여야간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임무를 띤 정무수석에 정치권 경험이 전혀 없는 정통 직업외교관 출신 인사가 발탁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무수석과 정치권의 관계정립’을 시도한다면 갈등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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