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 척결’ 치적 과시…수사 은폐 의혹에 “원칙 지켰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은폐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 고발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출판기념회가 7일 수백 여명의 하객이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 전 청장의 출판기념회에는 행사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사회 각계각층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성한 경찰청장 등 사회인사들이 보낸 50여 개의 화환이 행사장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섰고 400석의 좌석도 빈자리 없이 모두 채워졌다.
김 전 청장이 쓴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는 그가 경찰로 재직하며 이룬 업적을 주로 소개한 책이다.
행사는 지인들의 축사, 책 소개 동영상 상영, 김 전 청장 기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주로 김 전 청장의 ‘주폭 수사’ 업적을 부각하는 데 맞춰졌다.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김 전 청장은 ‘주폭’이란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라며 “간단한 말이지만 꼭 필요했던 이 말은 김 전 청장이 없었으면 아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천호식품 대표도 “대한민국에는 3개 대첩이 있는데 그것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김 전 청장이 충북경찰청장 재직 시 이룬 ‘주폭대첩’이라고 한다”며 김 전 청장을 치켜세웠다.
김 전 청장도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신화를 창조하신 분”이라며 “나는 무슨 신화를 창조했냐고 하면 그것은 바로 주폭 척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축사와 김 전 청장의 출판기념사가 이어지는 동안 하객들은 10여 차례 박수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행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전 청장이 답변을 거부하고 대기실로 몸을 피하면서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이러면 업무방해 아닌가”라며 불쾌한 심기도 드러냈다.
김 전 청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저런 의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념사에서도 밝혔듯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원칙에 입각해 업무를 처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굳이 출판기념회를 열 필요가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민주당과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은 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축소·은폐하고 부실한 수사 결과를 대선 기간에 서둘러 발표한 의혹이 있다며 김 전 청장을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경찰 간부는 “출판기념회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시기에 열린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예정됐던 행사였던 만큼 김 전 청장이나 하객 모두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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