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간 폭행 묵인하고 도벽 이유로 속옷 벗겨”
민간 장애인시설에서 상습적인 운영비 횡령이 이뤄지고 장애인 간 폭행이 묵인·방치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드러났다.인권위는 시설운영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B장애인시설의 시설장 A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 개인운영신고 시설의 관리·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게는 B시설 장애인들이 적절한 거주시설로 옮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했으며 마포구청장과 안성시장에게 관내 장애인시설의 관리·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청했다.
A씨가 서울 마포구와 경기도 안성시에서 운영 중인 개인 장애인시설인 B시설에는 현재 지적장애 여성 2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금까지 장애인들로부터 받은 시설 이용료 3천200여만원을 자신의 보험료, 자녀 양육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 11명으로부터 사회적응활동 프로그램 비용 명목으로 매달 13만~19만원씩 거둬 모은 돈 중 645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돈 중 실제 프로그램에 들어간 액수는 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장애인 보호자 12명으로부터 주택준비금 명목으로 4억1천500만원을 받아 다른 곳에 사용하고서도 이 돈을 보호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B시설은 장애인 중 일부를 방장으로 지정해 위계구조를 만들어 장애인 간 폭행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사실도 밝혀졌다.
방장은 다른 장애인을 파리채로 때리거나 쟁반에 식사를 차려 시설장 사택에 배달하도록 했지만 A씨는 이를 묵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여성 장애인이 속옷에 물건을 숨긴다는 이유로 아예 속옷을 입지 못하게 했으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해 한 끼에 1천원 미만의 급식을 제공하고 2006년 이후 건강검진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B시설의 처우가 열악하고 시설장의 회계 운용상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접수, 같은해 8월부터 6개월간 직권조사를 벌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각종 후원금과 시설이용료는 장애인복지를 위해 사용하도록 목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설장은 사용내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며 감독기관은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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