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축업자들 “걱정되지만 평상시처럼 일해”방역 강화속 관광업계 “아직 별영향 없어”
21일 국내에서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제주에서 사망한 의심환자도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발표가 나오자 제주 곳곳은 다소 긴장하면서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서귀포시에서 과수원을 경작하면서 소를 기르던 강모(73)씨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유사한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6일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강씨에게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고 증상도 SFTS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사망 환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면 이견 없이 확진 판정을 내리게 된다.
◇ 목축업자·도민 동요 없어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제주지역 목축업자들은 큰 동요 없이 평상시와 다름없는 분위기다.
서귀포시 한 마을공동목장 조합장인 현이범(59)씨는 “하나의 사례를 너무 크게 부풀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아 목축업자로서 속상하다”며 “치사율이 높지 않은 만큼 평상시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만 해도 고사리 채취객 10여명이 목장에서 고사리를 캐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마을공동목장 조합장 강태백(54)씨도 “동요 없이 일하고 있고 다만 보름에 한번씩 진드기 구제용 살충제를 살포하면서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을 하다 보면 진드기가 몸에 붙는 일들이 있지만 진드기를 많이 경험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은 하면서도 일상에 큰 변화는 없는 모습이다.
평소 풀숲에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거나 밭일을 한다는 80대 양모 할머니는 “며느리가 ‘살인 진드기가 위험하니까 풀밭에 가지 말라’고 당부해서 풀이 많은 곳은 안 가려고 하지만 그래도 밭일은 매일 하던 거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감이 반영된 탓인지 살충제와 기피제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제주도, 진드기 방역 강화
제주도는 생산자단체와 유관 단체, 공수의사 등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공동목장 등에서 방목하는 소를 대상으로 진드기 매개질병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나눠준 진드기 구제용 살충제를 충실히 살포할 것을 당부했다.
조덕준 제주도 축정과장은 “지난 2월 소 사육 1천158농가, 말 사육 1천81농가에 올해 연간 사용할 110만 마리분 살충제를 무상으로 나눠줬다”며 4월부터 10월까지 15일 간격으로 살충제를 살포해 진드기를 매개로 한 질병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SFTS 감염 예방을 위해 목장에서 작업할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작업복과 토시, 장화를 착용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뿌려야 하며 작업이 끝난 뒤에는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작업복, 속옷, 양말 등을 세탁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반인도 SFTS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어서 풀숲이나 덤불 등지에서 활동할 때 피부 노출을 줄여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기를 바랐다.
◇ 관광객 감소 우려…영향은 없어
제주에 여행 오려던 관광객 일부는 ‘설마’ 하면서도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댓글에는 ‘제주에 놀러 가려는데 괜찮을지 걱정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 여행을 가려 했는데 살인 진드기 때문에 안되겠다’는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는 6월 초 부모님과 올레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살인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분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어 고민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제주 관광업계는 이번 일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까 다소 우려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제주도 관광업계 관계자는 “목축 등과 직접 연관된 관광을 하지 않는다면 발병에 큰 우려가 없지 않겠느냐”며 아직 해외 언론에는 이 사실이 보도되지 않아 해외 관광객이 오는데 별문제가 없으며 농업 관련 부서에서 대책이 마련돼 큰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치사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심환자 발생 사실이 이미 알려진 지난 주말연휴만 해도 항공 좌석을 잡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며 앞으로도 제주 관광에 큰 여파를 미치지 않길 바랐다.
제주올레 측은 “올레길의 경우 풀숲이 우거진 곳을 지나는 코스가 거의 없다”며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도 당국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거친 풀이 자라는 지역이나 곶자왈 등을 걸을 때 긴팔, 긴 바지를 입으라는 안전수칙을 안내해 왔으며 풀이 많이 자라는 시기라 올레길 주변 예초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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