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시장 점유율 높이려고 일부 물량 과다 공급했다”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측의 물량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배상면주가 공식 블로그 메인 화면 캡처
배상면주가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지난 2008년부터 ‘선입금 후출고’ 방식으로 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했다”면서도 “새 막걸리가 출시된 당시에는 상품명을 알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리점주들이 원치 않았음에도 일부 물량을 공급했다”고 진술했다.
이 관계자들은 또 “유통기한이 2년인 전통주와 달리 막걸리는 10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미리 목표만큼 생산해 두고 유통기한에 맞춰 공급하다 보니 강압적으로 물량을 공급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대리점주는 8개월 동안 2만병(1천850만원 상당)의 막걸리를 강압적으로 떠안았고, 이를 다 팔지 못해 자체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면주가의 물량 주문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도 확인됐다.
각 대리점주는 물품 주문서 작성이나 전산 입력 없이 본사 영업사원에게 전화로 물량을 요청하도록 돼 있어 대리점별 실제 주문량과 공급량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주의 전화 주문을 받으면 영업사원이 회사장부에 볼펜으로 주문량을 작성했다”며 “중간에서 영업사원이 물량을 늘리면 대리점은 주문량보다 많은 수의 물품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배상면주가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한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고 안에는 다 타들어간 연탄 2장이 남아 있었고, 달력 4장의 뒷면에 쓴 이씨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 압박을 당했으며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담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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