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어나니머스인가…누구나 어나니머스가 될 수 있는 함정

누가 진짜 어나니머스인가…누구나 어나니머스가 될 수 있는 함정

입력 2013-06-25 00:00
수정 2013-06-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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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엠블렘. / 위키피디아
어나니머스 엠블렘. / 위키피디아


‘어나니머스’라고 자칭한 해커들에 의해 청와대 등 정부기관과 일부 국내 언론사 사이트 및 북한의 여러 사이트들이 사이버 공격을 당한 가운데 이들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한 해커는 청와대, 국무조정실,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를 해킹한 것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트위터 아이디 @hacktivist_kor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인터넷 규제 철폐하라.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죄하라. 국정원 해체하라. 국회는 국민에게 사죄하라”면서 자신이 해킹했다는 정부기관과 언론사, 새누리당 일부 시·도당 목록을 나열했다.

그러나 어나니머스라고 자칭한 다른 해커가 예고한 대로 북한 사이트 수십 곳 역시 이날 디도스 공격을 받아 일부 사이트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이트를 공격한 해커는 청와대 등을 해킹한 주체는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 등의 공격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어나니머스의 정체를 놓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일관되지 않은 공격 행위가 나타난 것은 어나니머스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어나니머스는 국제 해커그룹이라고 자칭하지만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심지어 어나니머스라 자칭하는 이들끼리의 협의나 승인 과정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어떤 이념이나 신념에 따라 특정 사이트를 공격한 뒤 공격 사실과 내용을 밝히고 자신을 어나니머스라고 소개하면 곧 어나니머스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이름 그대로 익명이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특정 단체, 심지어 정부기관이 해킹에 나선 뒤 스스로 어나니머스라고 칭하면 어나니머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청와대 등을 해킹한 주체가 어나니머스를 자칭한 북한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 사이트를 공격한 주체 역시 개인 또는 몇 명의 그룹일 수도 있지만 국내 정부기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구나 익명성 뒤에서 어나니머스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누구도 자신만이 진짜라고 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진 셈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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