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매장배치 등 대가로 금품수수 의혹…롯데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검찰이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와 그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인력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협력사 입점 계약서, 회계장부, 거래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대표측 브로커로 지목된 한모(58)씨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대표도 최근 검찰에서 금품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고 알려졌다.
한씨는 군 관계자에게 청탁해 군대 내 매장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정 대표에게서 5천만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달 20일 구속기소됐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에게서 수십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면세점 내 점포 위치 조정이나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도와주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는 내용이다.
정 대표는 2014년 7월 돌연 한씨 측과 거래를 중단하고 B사와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씨와의 계약 체결과 해지, B사와의 신규 거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롯데 측에 금품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한씨 측은 2014년 10월 네이처리퍼블릭을 상대로 “일방적 계약 해지에 따른 피해액 6억4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대로 신 이사장 등을 소환해 정 대표측에게서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롯데 측이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도 수사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측을 대상으로 한 다른 금품 로비 단서가 있다면 그 점에 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과 아들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최근 롯데가 의혹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기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롯데 쪽에서 관련 자료를 많이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서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신 이사장이 최근 주거지를 옮긴 뒤 주민등록 주소지를 바꾸지 않아 검찰이 이전 주소를 찾아갔다가 다시 현 주거지로 찾아가기도 했다.
정 대표는 140억대 회삿돈 횡령·배임 등 혐의로 이날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을 복역한 정 대표는 이달 5일 출소 예정이었으나 곧바로 재수감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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