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조선업 협력업체 직원들에 신용대출 사실상 중단”

“은행들, 조선업 협력업체 직원들에 신용대출 사실상 중단”

입력 2016-06-19 11:46
수정 2016-06-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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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과다대출 후 개인파산 신청 잇따라…파산ㆍ면책 결정 4배 증가

조선업 협력업체 직원들이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대출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위기로 생활고를 겪는 근로자가 신용대출 한도의 3배에 달하는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린 뒤 갚지 않고 파산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올리고 나서 돈을 인출한 뒤 파산 신청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19일 울산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김모씨는 A 은행과 2금융권인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을 돌며 하루에 3곳에서 신용대출 한도액보다 훨씬 많은 5천만원을 빌렸다.

조선업 협력업체 근로자인 김씨는 이들 금융기관에서 적게는 1천500만원, 많게는 2천만원을 대출받았다.

김씨가 주거래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액은 1천500만원에 불과하다. 3천500만원을 더 빌린 것이다.

주거래 은행에서 한도액만큼 신용 대출을 받은 사실이 다른 금융기관에 알려지면 김씨는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

김씨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금융사들이 대출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은행은 수일이 지나서야 김씨가 신용대출 한도액보다 많은 돈을 빌린 것을 알아챘다. 이 은행은 부랴부랴 김씨의 통장 잔고를 확인한 뒤 대출금 전액(1천500만원)을 회수했다.

B 은행은 올해 초 고객 2명으로부터 신용대출 한도액과 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구매 한도액을 최대한 높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올려줬다. 이들 고객은 높인 한도 금액으로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고서 개인파산 신청을 했다.

이 은행은 조선업 협력업체 근로자인 이들 고객에게 2천만원씩 신용대출을 해줬고 월 신용카드 이용 한도도 3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려줬다.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은행은 고객의 한도액 상향 요구를 잘 들어주는 편이다..

은행 측은 이들이 이런 점을 노리고 사전에 대출 한도액을 최대한 높인 뒤 고의로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 은행은 이들을 고발하지 못하고 대출금을 부실채권으로 정리했다.

이런 ‘먹튀 대출’은 조선업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울산의 동구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근로자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동구의 한 은행 지점장은 “조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신용대출을 받으러 오지만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 ‘먹튀 대출’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출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 지점장은 “근로자가 다니는 회사의 경영상태, 구조조성 상황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서 대출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개인파산 제도를 악용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

울산지법에 따르면 개인파산·면책 결정은 2014년 480건에서 지난해 931건으로 늘었다. 조선업 경기가 얼어붙은 2014년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개인파산·면책 결정은 470건이다. 조선업 경기 불황이일기 전인 2013년 1∼5월 120건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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