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따라 진출한 EU 로펌 모두 영국계…법무부, 대책 검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법률시장 3차 개방’에 예기치 못한 일대 변동이 예상된다. EU 로펌의 핵심인 영국 로펌의 국내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3차 개방을 앞두고 기대가 부풀었던 영국 로펌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칫 철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그동안 쏟아 부은 자본과 시간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국 로펌들은 2011년 7월 한-EU FTA 체결로 한국 법률시장이 단계별로 개방되면서 국내에 사무소를 설립한 후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로 법무부의 인가를 받았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인가 받으면 외국법과 관련된 자문 업무를 한국에서 할 수 있다.
법률시장 개방은 1단계가 2011년 7월, 2단계가 2013년 7월부터 각각 적용됐고, 마지막 3단계가 내달 1일부터 시작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국의 EU 탈퇴가 공식화되면 국내에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인가받은 영국 로펌들은 시장 개방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영국이 한-EU FTA 당사국의 지위를 잃어 영국 로펌의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인가 자체가 취소되거나 국내에서 외국법 자문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국내에 진출한 26개 외국 로펌 중 EU 소속은 ‘클리포드챈스’와 ‘허버트스미스 프리힐즈’, ‘링크레이터스’, ‘스티븐슨 하우드’, ‘알렌 앤 오버리’ 등 총 5곳이며 모두 영국 국적이다.
영국이 FTA 당사국 지위를 잃으면 이들 로펌은 더 이상 국내 운영 실익이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는 “브렉시트의 효력이 발생하는 순간 영국은 한-EU FTA와 관련된 모든 혜택을 잃게 돼 국내에 진출한 영국 로펌의 외국법 자문 업무가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도 “국민투표가 EU 탈퇴라는 결론에 이를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해 인가 취소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안 된 상태”라며 “영국 로펌들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 이슈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사무실을 옮겨 한국 관련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의 EU 탈퇴는 앞으로 최소 2년간 협의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당장 영국 로펌의 국내 법적 지위가 불안해지는 건 아니다. 협의 기간 중에 법무부를 중심으로 양국이 새로운 협정 체결 등 대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25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EU 탈퇴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협정은 효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 시점에는 새로운 (한·영)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재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로펌들은 긴장 속에서도 다음달 1일로 예정된 3차 개방을 차분히 준비하는 모양새다.
3차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은 국내 로펌과 합작이 허용된다. 합작 법무법인(조인트 벤처)을 설립해 한국 변호사를 채용하고, 한국법 관련 자문업무도 취급할 수 있다.
김경화 스티븐슨 하우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는 “EU 탈퇴가 공식화되려면 아직 2년이 남았고, 그 기간에 영국과 한국 정부가 잘 협의하리라 본다”며 “한-EU FTA에 따른 시장 개방의 핵심은 영국인데 두 나라가 쉽게 양국 관계를 원점으로 돌려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률시장 개방 상황을 관리하는 법무부는 관련 법적 문제의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국이 FTA 당사국 지위를 잃게 된다면 국내 진출 영국 로펌들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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