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뇌물 의혹’ 파고든 특검…청탁·대가성이 관건

‘삼성그룹 뇌물 의혹’ 파고든 특검…청탁·대가성이 관건

입력 2017-01-09 11:01
수정 2017-01-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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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최순실 수혜 알았는지도 초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를 소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제공한 거액의 돈이 뇌물인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9일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로써 삼성 핵심 수뇌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미래전략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최씨 일가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0월∼이듬해 3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모두 20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이 돈이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데 대한 대가일 가능성에 특검팀은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 실장과 장 차장을 상대로 삼성이 최씨 일가를 지원하게 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단독 면담한 직후 최씨 일가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시 아래 조직적으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커진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합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최씨 일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면 박 대통령, 최씨, 삼성을 엮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대가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단독 면담 당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영재센터 후원을 요청했음을 시사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임기 중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덕담’을 건넨 정황이 담긴 청와대 ‘말씀자료’도 발견됐다.

삼성은 최씨 일가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을 부인함으로써 최씨 일가에 보낸 돈이 뇌물이 아님을 밝힌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코레스포츠와 영재센터 후원금의 수혜 대상이 사실상 최씨 일가라는 것을 몰랐다는 주장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코레스포츠 후원금의 경우 수혜자는 사실상 최씨의 딸 정유라씨였지만, 삼성은 계약상 수혜 대상이 정씨를 포함한 승마선수 6명으로 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레스포츠와 영재센터 지원의 동기가 공익적인 것임을 부각함으로써 뇌물공여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전략은 최씨 일가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청와대의 압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른바 ‘공갈·강요 피해자 프레임’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와 자체적으로 확보한 다수의 증거를 토대로 박 대통령, 최씨, 삼성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비중을 두고 있다.

특검팀은 최 실장, 장 차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다음,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 대면 조사로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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