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과감한 수색 막는 또 다른 장애물 ‘조타실 배선’

세월호 과감한 수색 막는 또 다른 장애물 ‘조타실 배선’

입력 2017-04-23 15:47
수정 2017-04-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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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원인 밝힐 핵심 증거”…배선위치 확인될 때까지 ‘광범위한 절개’ 어려워

세월호 수색 대안으로 광범위하게 선체를 절개해 미수습자를 찾는 방법이 제기됐지만,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대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선조위가 ‘광범위한 절개’에 반대하는 것은 ‘안전’외에도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선체 내에 있는 핵심 증거물의 위치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선체 여기저기를 절개할 경우 세월호 침몰원인을 밝힐 수 있는 증거까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조위는 23일 “선체 조사를 마쳐 증거를 확보한 곳에 대해서는 더 과감한 수색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며 “가능한 선체 부분을 우선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조위가 1차 조사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조타실(선교) 내부 증거물과 조타실에서 타기실(조타기가 있는 곳)로 향하는 전기 배선이다.

이곳은 세월호 침몰원인을 규명할 핵심 증거가 있는 장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조위는 특히 객실 수색 과정에서 조타실과 타기실로 향하는 배선을 절대 손대지 말라고 강력하게 제한했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조타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기 배선의 정상 작동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선체 절개 과정에서도 배선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 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조타실에서 타기실까지 향하는 배선이 선내 어디를 통과해 이어지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선조위는 배선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세월호 도면을 찾으려 했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를 제작한 일본 업체 측에도 설계도면을 요청했지만, 구하지 못한 상태다.

선박별로 배선의 위치가 다른 탓에 세월호와 쌍둥이 배로 알려진 오하나마호도 별 도움이 될 수 없는 처지다.

결국, 현재로써는 조타실에 진입해 배선을 거꾸로 따라가 타기실로 이어지는 배선을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선조위는 최근 미수습자 가족에게 조타실 진입 조사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족들은 “조타실 진입은 우리에게 허락받을 사항이 아니다. 알아서 진행하길 바란다”고 답해 선조위는 조만간 조타실에 진입, 주요 증거를 수집하고 배선 위치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단, 선조위가 예산과 인력을 아직 배분받지 못해 결과 분석 등은 정식 조사 개시 시점인 6월 말 이후에나 가능하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원인조사를 빨리 진행하면 증거를 확보한 선체를 과감하게 수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색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가족들과 협의 결과 조타실 진입 조사를 허락받았으니, 가능한 범위에서 수색과 함께 증거 확보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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