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범벅인데 야외활동?”…육아맘들 ‘부글부글’

“미세먼지 범벅인데 야외활동?”…육아맘들 ‘부글부글’

입력 2017-04-24 10:54
수정 2017-04-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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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관 “매일 1시간 야외활동 권장”vs학부모 “아이들 건강 해치면 어쩌나”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조모(34)씨는 24일 여섯 살배기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유아수첩’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이 담긴 사진에서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연 날이 잦았던 지난주 야외활동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지난주 국립환경과학원이 예보한 충북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인 날이 많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PM10 기준 31∼80㎍/㎥)이면 대기 상태가 양호해 외출하는 데 지장이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뿌연 하늘이 육안으로 느껴질 만큼 오후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오르내렸고, ‘봄의 불청객’ 황사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는 예보만 믿고 뿌연 날씨에도 어린이집이 야외활동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조씨는 “면역력 약한 아이들이 한참을 미세먼지에 노출됐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 없었다”며 “오죽하면 엄마들 사이에서 폐를 물로 씻어내고 싶다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푸념했다.

연일 하늘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활동을 놓고 일부 영유아 교육기관(어린이집·유치원 등)과 학부모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선 교육기관들은 환경부가 지난 1월 제작 배포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에 따라 수업 일정을 정한다.

매뉴얼을 보면 당일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이상이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면 야외활동 금지 또는 임시휴업 등의 조처를 내려야 한다.

그런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에 가까운 ‘보통’이라면 순전히 교육기관의 재량에 맡겨진다.

학부모들의 민원에도 야외활동을 강행하는 교육기관들도 말 못 할 사정은 있다.

누리과정 지침상 교육기관은 매일 1시간가량 아이들에게 신체활동을 시켜야 한다. 신체활동에는 실내 체육·놀이도 포함되지만 가능하면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여기에 갇혀 있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무조건 야외활동을 기피할 수도 없다는 게 교육기관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렇다 보니 주부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교육기관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등·하원 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고, 여분 마스크를 하나씩 더 챙겨 보내는가 하면 부모상담 중 건의사항은 미세먼지 관련 당부가 빠지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교실 창문이 열려 있는지 수시로 살피고, 주의를 당부하는 학부모도 있다.

최근에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매해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자녀의 어린이집 등에 알리는 주부들도 생겨났다.

한 미세먼지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가진 회원들이 실시간 정보를 올려 어린 자녀를 가진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부 박모(33)씨는 “미세먼지 노이로제 때문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사주려다 청탁금지법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엄마도 있더라”며 “교육기관에서도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미세먼지 수치가 애매할 때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고민될 때가 참 많다”며 “학부모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교육기관에 공기청정기를 필수적으로 설치케 하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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