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근무성적평정 조작 지시 혐의도 받아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시교육청 직원들로부터 뇌물성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인천지검 특수부(신호철 부장검사)는 5일 시교육청 직원들에게서 금품 1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나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나 교육감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시교육청 직원 5명에게서 해외 출장이나 명절 시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17차례에 걸쳐 총 1천926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하 직원인 한모(60) 전 인천시교육청 행정관리국장과 짜고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뒷순위인 자신의 측근 인사를 앞순위의 4급 승진대상자로 올리는 등 근무성적평정(근평)을 조작하도록 당시 인사팀장에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다.
나 교육감에게 돈을 건넨 직원 5명은 모두 5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이었으며 나 교육감의 집무실에 직접 찾아가 50만∼300만원의 현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100만원대의 고가 선물을 나 교육감에게 건네기도 했다.
나 교육감은 또 한 전 국장이 당시 인사팀장에게서 보고받은 승진 가능인원을 전달하면 자신이 짠 순위대로 근평을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나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6차례의 승진인사에서 매번 1∼2명의 승진 불가능 직원이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나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선출직 교육감 신분이고 증거 인멸을 시도하지 않은 점, 한번에 받은 금액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근평 조작에 가담한 교육청 인사담당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범행한 점 등을 감안, 형사 입건하지 않고 교육청 감사실에 기관통보만 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지난 2월 나 교육감의 측근 편법 승진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고 인사 담당자 등 교육청 직원 수십 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6개월여 동안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나 교육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나 교육감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나 교육감은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근평을 유리하게 해 주는 대가로 부하 직원 등에게서 2천97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한 전 국장을 지난달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국장의 근평 조작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에 대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돼 나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며 “뇌물공여자들에 대해서는 뇌물 금액이 적고 수사에 협조한 부분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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