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4-28 22:34
수정 2017-04-2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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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 미나 굴리

나일강 등 대륙별 대표 강변 달려… 수자원에 대한 경각심 알리기 초점
작년엔 7대륙 사막 1688㎞ 대장정… “모두 충분한 물 공급받는 세계 되길”

호주의 여자 울트라마라톤 마니아 미나 굴리(46)가 40일 동안 6대륙의 40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영국 BBC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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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동안 40개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는 호주의 환경운동가 겸 울트라마라톤 마니아인 미나 굴리가 호주 머리강 근처를 달리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는 호주의 환경운동가 겸 울트라마라톤 마니아인 미나 굴리가 호주 머리강 근처를 달리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굴리는 다음달 1일 영국 런던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1687㎞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에 의해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 50인에 뽑힌 인물. 2012년에 젊은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글로벌 자선재단 ‘서스트’(thirst·갈증)를 출범시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주 동안 7대륙에 걸쳐 사막 1688㎞를 횡단하며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처럼 올해 ‘40일-40마라톤 프로젝트’도 수자원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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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가 미국 콜로라도강 주변을 뛰다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굴리가 미국 콜로라도강 주변을 뛰다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먼 거리를 달리는 데 목표를 맞춘 게 아니라 고통에 맞먹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굴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쁜 나날만은 아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겨냈다”며 “즐기려고 달린 게 아니라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물은 우리에게 주어진 양의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물의 족적’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발에는 온갖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신발을 벗으면 발톱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양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고 방송은 그의 몰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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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는 6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위를 달리는 ‘6 리버 런’을 포함해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의 의미를 돋을새김했다.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굴리는 6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위를 달리는 ‘6 리버 런’을 포함해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의 의미를 돋을새김했다.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그는 세계 물의 날인 지난달 22일 출발해 미국과 멕시코를 흐르는 콜로라도강, 브라질 아마존강, 호주 머리강, 중국 양쯔강, 이집트 나일강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지막을 런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장식할 생각이다.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인 유엔의 ‘글로벌 골 식스’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 뜻밖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발 3주 전까지 하루 15분 이상 달리지 못했다.

굴리는 “처음 몇㎞를 뛰고 나니 완전히 늙은 할망구처럼 보이더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리를 엄청 절뚝거렸다. 우리 지원팀에게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처음 몇몇 대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휴식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달리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비행기를 타거나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땐 늘 토착민 지도자들, 관광업 종사자들, 농민들과 만나 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굴리는 많은 나라들이 자연이 보전해 주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을 써버리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다음 세대”라며 “난 모든 이들이 영원토록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세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40일-40마라톤 완주를 달성한 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어지면 축하의 의미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04-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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