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우 그랩 ’ 비인기 종목 반란을 꿈꾸다

‘재우 그랩 ’ 비인기 종목 반란을 꿈꾸다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8-02-02 22:48
수정 2018-02-0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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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스키 모굴 대표팀 힘찬 비상

“결승에 가서 자꾸 실수하는 이유를 짚어봤어요. ‘더 잘해야지’ 하고 부담 갖는 게 문제더라고요. 결승 출발선에 섰을 때 머릿속에선 전 이미 메달을 딴 선수예요.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할까’ 하는 잡념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올림픽이나 메달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 해요. 무의식 상태일 때 가장 스키를 잘 타더라고요.”
최재우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다. 횡성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최재우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다.
횡성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평창에서 한국 설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받는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최재우(24·한국체대)는 2일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이 아닌 또 하나의 대회를 치르는 느낌”이라며 “올림픽 경기 시간이 몇 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덤덤하고 마음 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재우가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건 지난달 월드컵에서 예선을 62명 중 1위로 통과하고도 1차 결승에서 넘어지는 실수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사상 첫 월드컵 메달을 딸 수 있던 기회였기에 꽤 아쉬웠다. 최재우는 “(탈락 직후에는) 짜증이 났지만 다시 생각하니 값진 경험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서지원(왼쪽부터), 서정화, 서명준, 최재우로 구성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팀이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횡성 연합뉴스
서지원(왼쪽부터), 서정화, 서명준, 최재우로 구성된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국가대표팀이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횡성 연합뉴스
최근 테니스 호주오픈에서 4강 신화를 일군 정현(22)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재우도 정현처럼 비인기 종목의 반란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정현의 경기를 봤다는 최재우는 그의 출생연도를 1996년으로 정확히 기억하면서 “어린 나이에 정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다. 존경하고 배울 부분이 많다”고 감탄했다.

2012년부터 최재우를 가르치고 있는 정신적 지주 토비 도슨(40) 한국 대표팀 감독은 항상 “너의 스키를 타라”고 주문한다. 최재우는 “‘그냥’ 타면 되는 건데…. 그게 어렵더라”며 “실수를 계속 범하면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재우는 공중에서 3바퀴 회전하는 ‘콕 1080’과 두 바퀴 회전을 하며 스키를 손으로 잡는 이른바 ‘재우 그랩’을 주로 구사한다. 평창에서도 두 기술을 쓰겠다고 예고한 최재우는 착지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최종 담금질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최재우와 함께 평창에 가는 서명준(26), 여자부 서정화(28)와 서지원(26·이상 GKL)도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서명준과 서정화는 친남매, 서지원은 이들의 사촌이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서정화는 “다른 선수들이 잘 구사하지 않는 새로운 점프를 할 테니 재밌게 봐 달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옆으로 축 두 바퀴를 돌리는 점프를 구사하는데, 여자 선수는 잘 쓰지 않는 기술이다.

소치에 이어 올림픽을 뛰는 서지원은 “멘탈에 따라 성적이 갈리는 스타일이라 ‘굳게 마음먹으라’는 감독님 조언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며 “기술 난도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최종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첫 올림픽 무대인 서명준은 “메달보다는 나만의 기술을 관중에게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며 “평창을 계기로 한국 모굴 선수들이 한층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모굴은 개회식 날인 9일(예선)과 11~12일(예선 및 결승)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횡성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2-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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