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선진국 투자자 ‘승자’, 신흥국·원자재 ‘패자’

작년 선진국 투자자 ‘승자’, 신흥국·원자재 ‘패자’

입력 2014-01-03 00:00
업데이트 2014-01-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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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승률, 세계 94개 증시 중 71위

작년 한 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선진국 증시·통화 투자자가 승자로 떠오른 반면 신흥국 자산과 원자재 투자자는 패자가 됐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 국채 가격도 내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안전자산으로서 채권 강세장의 끝물에 다가섰다.

작년 선진국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이 나타났으나 신흥국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과 중국의 성장률 하락 우려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그 결과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들은 짧게는 몇 년에서부터 길게는 수십 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대 승자가 됐다.

반면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한국 코스피는 하위 25%에 속하는 저조한 실적을 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엇갈린 행보는 외환시장에도 반영돼 선진국 통화 가치가 대체로 강세를 보였으나 신흥국 통화 가치는 대부분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신흥국 국채가 고전한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경제 회복 전망에 힘입어 상승하며 향후 금리 상승을 예고했다.

원자재 시장은 석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폭으로 하락해 2000년대 이후 계속된 장기 호황을 사실상 끝냈다.

◇ 미국·일본·유럽 증시 급등, 신흥국은 ‘비틀’…코스피 94개 중 71위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세계 증시의 최고 스타는 41년 만에 최고인 56.7%의 상승률을 기록한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였다.

토픽스지수도 아베노믹스와 엔저 정책의 위력을 업고 51.5% 폭등했다.

미국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6.5%로 18년 만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16년 만에, 나스닥지수가 38.3%로 4년 만에 각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94개 주요 증시 주가지수 중 닛케이가 연간 상승률 6위, 토픽스지수가 8위를 차지하는 등 양국의 이들 주가지수는 모두 상승률 20위 안에 들었다.

시가총액이 커서 변동성이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선진국 증시의 특성상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유럽 경제의 회복 기미로 유럽 증시도 호조를 보인 가운데 아일랜드 ISEQ지수가 33.6% 상승해 13위, 그리스 ASE지수가 28.1% 올라 17위에 오르는 등 유럽 위기국들도 반등세를 보였다.

한편 세계 상승률 1∼5위는 베네수엘라 IBC지수(480.5%), 두바이 DFM지수(107.7%), 아르헨티나 메르발지수(88.9%), 가나 GSE지수(78.8%), 아부다비 ADX지수(63.1%)가 차지했다.

이중 베네수엘라는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9.1%로 세계 103개국 중 최고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돼 주가 폭등이 인플레이션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0.7% 올라 71위에 그쳤다.

주요 신흥국 중 대만 가권지수는 11.9%(53위), 인도 센섹스지수는 9.0%(58위), 싱가포르 ST지수는 0.0%(72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8%(85위)를 기록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큰 브라질의 보베스파지수는 원자재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15.5% 급락하며 끝에서 두 번째로 떨어졌다.

이 밖에 페루 리마종합지수(IGBVL)가 -23.6%, 칠레 IPSA지수가 -14.00%, 터키 BIST 100지수가 -13.3%, 자메이카 JSE지수가 -12.6% 등으로 하락률 1, 3, 4, 5위를 나타냈다.

◇ 신흥국 통화 대부분 약세…선진국은 강세

작년 세계 35개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 변동률을 살펴보면 신흥국 중 한국 원화(1.4% 상승), 중국 위안화(2.9% 상승) 등 2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신흥국 통화들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5대 취약 통화(the fragile five)로 꼽힌 인도 루피(-11.0%), 브라질 헤알(-13.2%), 터키 리라(-16.5%), 남아공 랜드(-19.3%), 인도네시아 루피아(-19.5%) 등은 모두 10% 이상 추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도 24.7% 폭락해 집계 대상 통화 중 최대 낙폭을 보였다.

반면 유로(4.4%), 덴마크 크로네(4.4%), 스위스 프랑(2.7%), 영국 파운드(2.0%) 등 선진국 통화는 대부분 상승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엔저 정책을 추진하는 일본의 엔(-18.0%)과 원자재 시장의 둔화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호주 달러(-14.2%)만이 두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 선진국·신흥국 국채 수익률 동반 상승…유럽 위기국은 하락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28%로 119.1bp(1.191%포인트, 100bp=1%포인트) 영국 국채가 3.019%로 103.4bp 각각 상승한 점이다.

이는 앞으로 선진국 경기가 계속 회복돼 장기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해에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서 최대 호황을 누려 온 선진국 국채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흐름이 뚜렷해짐에 따라 지나친 장기금리 상승을 막는 것이 연준의 최대 과제가 됐다.

반면 위기 신흥국들의 장기 국채수익률 또한 국가 신인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폭등했다.

10년물 수익률 기준으로 터키 국채는 10.120%로 346.0bp, 인도네시아 국채는 8.314%로 320.2bp, 브라질 달러화 국채는 4.750%로 221.4bp 각각 뛰어올랐다.

한편 유럽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해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8.118%로 315.8bp 급락했고 스페인은 88.6bp, 포르투갈은 48.3bp 각각 하락했다.

’아베노믹스 위기론’ 속에 일시 급등했던 일본 국채 수익률도 0.730%로 5.0bp 내려 일본 당국이 우려를 일단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원자재 시장 ‘쑥밭’…유가는 선방

원자재 시장에서는 금값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직격탄을 맞고 지난 12년간 계속된 장기 호황(슈퍼 사이클)을 마감했다.

금 현물 연간 가격은 27.7% 추락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은 현물은 35.1%나 폭락해 3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백금 현물도 10.7% 떨어지는 등 귀금속은 된서리를 맞았다.

구리 3개월 선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7.2%, 알루미늄 3개월 선물은 13.2% 각각 하락하는 등 다른 주요 금속들도 약세를 보였다.

농산물도 원자재 시장 전반의 하락세를 피하지 못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는 39.4%, 밀은 22.7% 각각 급락했다.

다만 유가는 선진국 회복 전망 등에 힘입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8%, 북해산 브렌트유는 6.5% 오르며 선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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