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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가 아니었어… 반전 매력, 타이완

알프스가 아니었어… 반전 매력, 타이완

입력 2014-10-02 00:00
업데이트 2014-10-0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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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동서 잇는 찻길 둥시헝관궁루에서 만난 우링·타이루거 협곡

타이완에 가서 고산병 증세를 느낄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조차 못했다. 우리나라 경상도만 한 크기라는데, 그런 곳에 무슨 대단한 산이 있을까 싶었다. 한데 가 보고 깜짝 놀랐다. 한반도에선 볼 수 없는 3000m 이상의 고봉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 거구의 산들을 굴비 엮듯 꿰고 가는 도로가 있다는 것. 바로 둥시헝관궁루(東西橫貫公路)다. 현지 가이드는 산정을 휘휘 돌아가는 그 길에서 상상 이상의 타이완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타이완의 수많은 관광명소를 마다하고 둥시헝관궁루를 찾은 건 그 때문이다. 선택은 옳았다. 그 길 끝에 반전 매력의 타이완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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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산 주변 산자락에 형성된 차밭. 해발 3000m 안팎의 고산지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롱차가 생산된다. 타이루거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쿤양에서 굽어본 풍경이다.
허환산 주변 산자락에 형성된 차밭. 해발 3000m 안팎의 고산지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롱차가 생산된다. 타이루거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쿤양에서 굽어본 풍경이다.
타이완은 동고서저의 지형이다. 대부분의 주민이 평탄한 서쪽에 몰려 산다. 반면 동쪽은 험하다. 면적도 좁다. 서쪽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디고 주민 숫자도 적다. 두 지역 사이엔 험준한 중양(中央)산맥이 버티고 있다. 둥시헝관궁루는 그 험한 산악지대를 뚫고 타이완의 동서를 이어 주는 실핏줄 같은 도로다. 타이완 중서부의 중심 도시인 타이중(臺中)에서 난터우(南投)를 거쳐 화롄(花蓮)의 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까지 가는 동안 수많은 산과 명소들을 줄줄이 지나쳐 간다. 17세기부터 전해 온다는 타이완 8경 가운데 타이루거 협곡과 칭쉐이두안야(清水断崖) 등 2경이 이 길에 있고, 타이중 주민들이 즐겨 찾는 칭징(淸境),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도로 우링(武鈴) 등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다.

타이중 시내를 벗어나 30여분 달리면 난터우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우람한 산들이 감싸고 있다. 산자락엔 젓가락처럼 가는 빈랑(檳?)나무가 흔하다. 야자수를 닮은 빈랑나무는 같은 이름의 열매를 맺는다. 현지인들은 이를 ‘삔랑’이라고 부른다. 삔랑은 일종의 각성제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가 씹는 담배를 씹듯, 질겅대다 뱉는다. 타이완 도시를 걷다 붉게 물든 바닥이 눈에 띄었다면 열에 아홉은 씹다 버린 삔랑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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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북부 예류 지질공원의 아이콘인 여왕바위.
타이베이 북부 예류 지질공원의 아이콘인 여왕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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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루거의 기암절벽.
타이루거의 기암절벽.
●3000m 고봉, 굴비 엮듯 꿴 찻길, 그리고 차밭

삔랑의 주 고객은 운전기사들이다. 도로 주변에 수많은 삔랑가게가 진을 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삔랑가게도 화려해진다. 삔랑을 파는 이도 젊고 예쁜 여성들로 바뀐다. 이들을 중국 월나라의 미녀 서시(西施)에 빗대 ‘빈랑서시’라 부르기도 한다. 삔랑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타이완 의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치아 착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삔랑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무려 1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난터우시 외곽의 푸리(?里)를 지나면서 숲의 풍경은 확 달라진다. 빈랑나무는 사라지고 차밭과 초지대 등 고산지역 특유의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날씨도 확 바뀐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무더위는 온데간데없다. 그 자리를 맑고 청량한 공기가 채운다.

양목장 등 초원지대가 인상적인 칭징, 타이루거 국립공원 표지석이 선 쿤양(昆陽) 등을 지나면 우링에 닿는다. 타이완 도로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3275m에 조성된 전망대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톱 오브 유럽’이 있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3454m)에 견줄 만한 높이다.

우링 정상에 조성된 전망대에 서면 지나온 산자락과 가야 할 허환산(合歡山)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산병 증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찔한 풍경이다. 허환산을 우리 식으로 발음하면 합환산이다. ‘19금’ 표현이다. 한데 아쉽게도 어떤 경위로 이렇게 도발적인 이름을 얻게 됐는지 아는 이는 없었다.

우링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타이루거 협곡이 시작된다. 여태 지나온 길보다 몇 배 더 섬뜩한 길이 펼쳐진다. 산자락 하나를 돌 때마다 차창 너머로 가야 할 산길이 눈앞에 들어오는데, 직각에 가까운 산기슭을 에둘러 돌아가는 모습을 보자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주름잡힌 대리석, 산자락 타고 물이 흐르니

타이루거 협곡은 타이완 동부 관광의 하이라이트이다. 3000m 이상의 고봉이 27개나 모여 있다는 타이루거 협곡은 대부분 대리석층이다. 산이 높으면 골 또한 깊은 법. 가파른 계곡을 흐르던 물이 산자락을 깎아 만든 대리석의 천길단애가 무려 20㎞에 걸쳐 장관을 펼쳐 낸다.

타이루거 협곡의 끝은 칭쉐이두안야다. 제주 바다를 닮은 파란 바다와 천길단애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두꺼운 구름층에서 요동치던 비행기가 마침내 구름을 뚫고 솟구치며 만난 파란 세상, 딱 그 정도의 감동이었다.

타이베이에서 꼭 가 봐야 할 여행지를 두 곳만 더 소개하자. 타이베이 북부 완리샹(萬里鄕)의 예류(野柳)지질공원은 자연이 오랜 시간 공들여 빚은 조각공원이다. 수천만년에 걸친 풍화와 침식으로 형성된 180여개의 버섯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기이한 풍경을 펼쳐 내고 있다. 여왕바위의 인기가 가장 높은데,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수십m씩 줄을 서기도 한다.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타이베이 시내의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품이 무려 70만점에 달한다. 타이완 국민당 정부가 1949년 중국 본토에서 밀려날 때 자금성 등에서 빼내 온 보물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지 못하는 건 이 보물들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한다. 박물관 측이 3개월에 한 번씩 유물을 교체하는데, 전체 유물이 한 차례 공개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만 7년에 이른다고 한다.

글 사진 타이베이·타이중(타이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항공
타이완 최대 국적항공사인 중화항공(www.china-airlines.co.kr)이 김포-송산, 인천-타이베이, 인천-가오슝, 부산-타이베이 등 다양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노선 수나 운항 편수, 스케줄 편리성 등에서 한국과 타이완을 오가는 항공사 가운데 단연 최고로 꼽힌다. 특히 부산-타이베이 노선은 취항 1년 만에 9만 2000여명의 승객을 수송하며 황금 노선으로 급부상했다. 중화항공은 이를 기념해 부산-타이베이 노선을 26일부터 매일 2회 증편 운항한다.

→환전 타이완 달러를 쓴다. 1달러는 약 35원이다.

→교통 타이베이에서 기차를 타고 신창이나 화롄 등에 내려서 택시, 또는 셔틀버스로 타이루거 협곡까지 다녀오는 게 일반적이다. 택시로 타이루거를 돌아보려면 신창에서 내리는 게 낫다. 타이루거까지 거리가 화롄보다 훨씬 가깝다. 택시요금은 시간별로 다양하다. 4시간의 경우 2500달러다. 둥시헝관궁루를 따라 돌아보려면 차를 렌트해야 한다. 타이베이에서 6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일 코스로는 어렵고 타이중에서 1박하길 권한다.

→여행서 여행작가 우지경 등이 쓴 ‘타이완 홀리데이’(꿈의지도 펴냄, 1만 5000원)는 타이완을 여러 지역으로 나눈 뒤 각 지역 명소와 맛집, 숙소 등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타이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정성 들여 썼다. 여행작가 양소희가 쓴 ‘ENJOY(인조이) 타이완’(넥서스북스 펴냄, 1만 8000원)도 정보 중심의 여행서로 손색없다. ‘꽃보다 타이베이’(앨리스 펴냄, 1만 3800원)는 현지인이 좋아하는 타이베이 여행지와 맛집 등을 감성적인 문체로 소개하고 있다.
2014-10-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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