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측 “기억 못해 방어능력 없어”…법원 “중간중간 끊기지만 의사능력 있어”
‘경영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롯데그룹 신격호(95) 총괄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신 총괄회장은 19일 오후 1시 46분께 큰아들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미는 휠체어에 앉은 채 법원에 들어섰다.
’롯데 경영비리’ 재판 출석하는 신격호 총괄회장
’경영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첫 재판에 출석할 때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못 하는 모습이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여기 법원입니다. 법원”, “재판을 받으러 오셨다. 금방 끝난다”라며 신 총괄회장에게 여러 차례 설명했다. 변호인은 재판 중간에도 종이에 굵은 글씨를 써서 보여주며 신 총괄회장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또 재판 시작 20분 뒤에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그는 재판 도중 “으아아아”라며 큰 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의사능력과 판단능력은 있지만 (과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자기방어능력이 없다”며 “재판을 중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지난번 재판서 ‘누가 나를 기소했냐’, ‘롯데는 다 내 재산이다’라고 말한 것은 재판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단지 (의사능력) 상태가 중간중간 끊어지지만 의사능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만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기억력 장애 등이 있어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도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지난달 한정후견(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후견인이 의사 결정을 대신 하는 처분) 개시 결정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던 이전 재판 내용을 알려주고 증거들의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신 총괄회장에게 적용된 일부 혐의에 대한 심리를 끝내고 나머지 혐의 심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