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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실전 훈련·지원도 없어요”… 컬링 휘감은 냉기류

“홈 실전 훈련·지원도 없어요”… 컬링 휘감은 냉기류

한재희 기자
입력 2017-11-27 23:08
업데이트 2017-11-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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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73’ 컬링 대표팀 호소

강릉 컬링센터 활용 기간 제약
女대표팀 훈련 총 9일에 불과
‘빙판 위의 체스’로 통하는 컬링 국가대표팀에는 형제와 자매 선수, 부부 감독이 눈에 띈다. 27일 강원 강릉시 교동 빙상경기장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도중 이기복(왼쪽부터·남자 대표)·이기정(믹스더블 대표) 쌍둥이 형제, 김경애·김영미(이상 여자 대표) 자매, 김민찬(남자 대표), 김민정(여자 감독)·장반석(믹스더블 감독)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동생이다. 강릉 연합뉴스
‘빙판 위의 체스’로 통하는 컬링 국가대표팀에는 형제와 자매 선수, 부부 감독이 눈에 띈다. 27일 강원 강릉시 교동 빙상경기장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도중 이기복(왼쪽부터·남자 대표)·이기정(믹스더블 대표) 쌍둥이 형제, 김경애·김영미(이상 여자 대표) 자매, 김민찬(남자 대표), 김민정(여자 감독)·장반석(믹스더블 감독)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찬은 김민정의 동생이다.
강릉 연합뉴스
27일 오후 1시 컬링 국가대표 미디어데이가 열린 강원 강릉컬링센터 분위기는 냉랭했다.

빙판에서 뿜는 냉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과 선수들은 “홈 이점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며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아쉬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활력으로 가득해야 할 행사가 성토의 장으로 바뀌었다.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많이 부족하다”며 “남은 기간 최대한 많이 지원돼야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힘들다는 생각”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홈 이점을 누리려면 올림픽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게 중요한데 지난 5일을 포함해 남은 기간까지 합쳐도 9일밖에 안 된다. 실전에 대비한 소음 훈련도 제대로 못 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강릉센터에서 이달 말까지만 훈련할 수 있다. 이후엔 경기장 관리 주체가 강릉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로 넘어간다. 조직위는 다음달 13일쯤 휠체어 컬링대회를 치른 후 올림픽 경기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다. 따라서 내년 2월 5일 시작하는 공식훈련 이전에는 대표팀이 이곳에서 훈련할 시간은 더이상 없다.

여자팀 주장 김은정(27)은 “올림픽에서도 지금의 샷을 똑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중이 들어차면 경기장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빙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며 “외국 팀들과 겨뤄 보면 많은 관중 속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팀에선 한숨을 쉰다”고 말했다.

컬링 대표팀에서 볼멘소리가 번지는 데는 지난 8월 연맹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탓에 관리단체로 지정된 영향이 크다. 연맹 임시 지도부가 신경을 쓰지만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표팀 입장에 부족한 점이 많다.
컬링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이 미디어데이 도중 스톤을 굴리기 위해 집중하며 얼음 위를 지치고 있다. 강릉 연합뉴스
컬링 믹스더블 대표 이기정이 미디어데이 도중 스톤을 굴리기 위해 집중하며 얼음 위를 지치고 있다.
강릉 연합뉴스
장반석 믹스더블팀 감독은 “보통 올림픽에 나가는 팀이라면 선수보다 스태프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국외 대회에 나가면 지도자들이 호텔 예약에 통역, 식사 등을 직접 준비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에서 연간 15억~20억원을 지원한다고 들었는데 몇%나 대표팀에 투입되는지 모르겠다. 메달 가능성을 1%라도 높여야 하는 터에 피가 마른다”고 덧붙였다.

최은기 연맹 사무처장은 “대표팀과 연맹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친 것 같다. 일단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연습하다가 12월 말 링크가 완성되는 진천선수촌을 이용하면 훈련장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링은 이번 올림픽 메달 기대 종목이다. 이달 초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PACC)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메달 가능성을 물어도 감독, 선수, 연맹 관계자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기대치만 높고 제대로 된 지원이 부족한 한국 컬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현장이었다.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11-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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