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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끌려간 김수영… 詩가 절규했다

포로수용소 끌려간 김수영… 詩가 절규했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2-27 22:24
업데이트 2018-02-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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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새롭게 엮은 이영준 교수

“김수영 시인은 ‘시인들의 시인’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 현대시의 관습을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입니다. 시인의 육필 시고를 보면 그가 20여년간 시에 마침표를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전쟁을 벌인 기록이 남아 있어요. 김수영 시인 이후 시에 점을 찍지 않는 경향이 생기죠. 김수영 시인이 악전고투한 그 순간 한국 문학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김수영 시인 50주기를 기념해 ‘김수영 전집’의 개정판을 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2013년 재판본이 나온 후 시인의 원본 원고들을 열심히 검토해 왔지만 여전히 이번 개정판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래에 영민한 김수영 연구자들이 빠진 부분에 대해 밝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김수영 시인 50주기를 기념해 ‘김수영 전집’의 개정판을 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2013년 재판본이 나온 후 시인의 원본 원고들을 열심히 검토해 왔지만 여전히 이번 개정판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래에 영민한 김수영 연구자들이 빠진 부분에 대해 밝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음사 제공
김수영(1921~1968) 시인 연구의 권위자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이 시인의 50주기를 맞아 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한 ‘김수영 전집’(민음사)을 새롭게 엮어 펴냈다. 시편과 산문 편 두 권으로 묶인 김수영 전집은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시 63쇄, 산문 47쇄를 중쇄하며 문학 전집으로는 이례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처음엔 난해해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지 못한 시인의 작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읽히는 기현상은 그의 시 세계가 여전히 문학계에서 말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전집 개정판 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집은 1981년 초판본과 2003년 재판본, 이 교수가 2009년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이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을 비롯해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힌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했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시는 새로 발굴한 시 4편과 미발표 시 3편, 제목이 없는 시 15편 등 총 22편이다. 이 교수는 “시인은 또 미학적인 언어가 아닌 일상어를 시에 사용하면서 예술이 박물관에만 있는 게 아니라 거리에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줬다”며 “여러모로 현재 한국 시는 김수영 시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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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1편의 편지 등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 발굴된 글이 추가됐다. 특히 시인이 한국전쟁 중 북에 끌려갔다 탈출한 뒤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사정을 그린 산문은 그동안 시인의 삶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포로수용소 시절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포로수용소에서 매일 아침 시체와 마주하는 등 끔찍한 혼란을 겪은 시인의 심신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왜 그의 시 속에 절규가 담길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시인의 사상이 드러난 작품들을 통해 그의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2-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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