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 내 최측근과의 ‘막말 채팅’ 폭로
열흘째 수십만명 거리로… 경찰, 무력 대응트럼프 “허리케인 기금 낭비·도난당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22일(현지시간) 올드 산후안에서 로세요 주지사의 자택으로 향하려 하자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진입을 막으며 대치하고 있다.
산후안 게티/AFP 연합뉴스
산후안 게티/AFP 연합뉴스
CNN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수도 산후안에서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40)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위 열흘째를 맞은 이날 라스아메리카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흔들며 ‘주지사의 사퇴’를 외쳤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유명 가수인 리키 마틴과 대디 양키도 시위에 동참했다. 경찰은 이날 밤 올드 산후안에 있는 주지사의 자택으로 운집하는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탄을 쏘는 등 무력으로 대응했다.
‘챗게이트’라 불리는 이번 사태는 지난 13일 현지 탐사저널리즘센터가 로세요 주지사가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텔레그램 채팅 내용을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메시지에서 주지사는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불렀으며, 동성애자인 리키 마틴을 비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2017년 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를 조롱한 것이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리카르도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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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요 주지사는 전날 사과와 함께 2021년 1월 1일에 임기가 끝나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여론을 잠재우려 했으나 시민들은 그가 사퇴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7-24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