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선이, 박근령 유학경비 보내”… ‘한 지갑’ 살림 정황

[단독] “임선이, 박근령 유학경비 보내”… ‘한 지갑’ 살림 정황

최지숙 기자
입력 2017-01-12 23:50
업데이트 2017-01-12 23: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년 간 생활비 송금하다 중단”…최재석 “부친, 반포아파트 사줘”

崔일가, 박대통령 재산 대리관리
특검, 수뢰죄 연결 고리로 파악


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의 불법 재산을 추적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980년대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63)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미국 유학 시절 1년간 생활비를 보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그 배경을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생활비 지원이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경제적 공동체’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 나갈 주요 정황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복수의 참고인 경제공동체 증언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복수의 참고인과 제보자로부터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 전 이사장의 미국 유학 시절 1년간 생활비를 보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박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이나 양측의 관계도 결국 그 뿌리까지 다 따져봐야만 확인할 수 있어 수사를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증언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1980년대 초 미국 유학 당시 최씨의 모친인 고 임선이씨 측으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지원은 1년여간 이어지다 이후 점차 액수가 줄고 종국엔 완전히 중단됐다.

지원이 끊겼을 당시 박 전 이사장은 영문도 모른 채, 끼니를 거를 정도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이 최씨 일가와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이에 의존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앞서 최씨의 이복 오빠 재석(63)씨는 특검 조사에서 “박 전 이사장의 반포동 아파트를 아버지(최태민씨)가 사주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박대통령 자매 멀어지자 지원 끊겨

특검팀은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재산을 사실상 공동 또는 대리 관리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근령씨도 지원한 것으로 보고, 경제적 공동체 의혹의 단초로서 유의미하게 살펴보고 있다.

육영재단 전 관계자 A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실제로 박 대통령이 박 전 이사장과 사이가 틀어진 뒤로는 최씨 일가가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지원을 모두 끊었고, 박 전 이사장이 추진하는 사업들마다 훼방을 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제 공동체 여부는 박 대통령의 직접 뇌물죄(수뢰죄) 적용을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다. 현재까지 드러난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행위를 박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수뢰죄를 적용할 혐의로 삼기 위해선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재산을 공동 소유 내지 운영하고 있음을 소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이들의 관계에 대해 시기의 제한을 두지 않고 전방위로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11일엔 1990년 육영재단 분규 당시 숭모회 회장을 지낸 이영도(65)씨를 불러 최씨 일가의 불법 재산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영도 “박대통령 은행업무 몰랐다”

특검팀은 최씨와 그 자매들뿐 아니라 최씨의 모친 임씨도 이번 수사의 주요 인물로 보고 관련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은행 업무도 모를 정도로 경제적 부분에 취약해 최씨 일가가 돈 관리를 해줬던 것으로 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의 돈이 정확히 나뉘어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특검팀에서 임씨 쪽을 포함, 대상과 기간을 광범위하게 보고 있는데 이미 조사가 많이 돼 있더라”고 전했다.

앞서 재석씨는 특검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모았던 1조원 가까이의 돈을 박 대통령 측에 돌려주려 하자 이를 가로채기 위해 임씨와 최씨 자매들이 아버지를 타살했다”며 관련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최씨 일가의 불법 재산은 그 실체와 대상 등이 구체화되면 향후 환수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잇따라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불법성이 있다면 향후 국고 환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취합해 넘기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01-13 9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