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아파트

[토요영화]아파트

이은주 기자
입력 2008-08-16 00:00
수정 2008-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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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

아파트(KBS2 여름 특선영화 밤 1시35분)

‘평화로운 일상의 공간인 아파트가 두려운 공포의 근원지로 변한다면?’ 안병기 감독의 영화 ‘아파트’는 친숙한 안식처인 아파트를 섬뜩한 공포의 소재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친밀한 일상이 공포로 탈바꿈했을 때 느껴지는 두려움은 피부에 와닿는 경험이기에 공포감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다.

화려하지만 차가운 벽으로 둘러싸인 고층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는 세진(고소영)은 매일 밤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다. 정확히 밤 9시56분이 되면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일시에 꺼지면서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는 것. 불이 꺼진 집에서 사망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챈 세진. 그녀는 더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지만,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받으며 궁지로 내몰린다.

인터넷 만화가 강풀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결국 슬픈 원혼의 이야기다. 세상에 잊혀진 채 쓸쓸히 죽어간 한 여자가 처절했던 소외의 공포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한다는 줄거리다.

‘폰’‘분신사바’ 등으로 ‘K호러’(한국공포)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은 안병기 감독은 도시 현대인들의 대표적 생활공간인 아파트를 매개로 사회적 무관심과 그로 인한 단절을 에둘러 은유했다. 또 늦은 밤 혼자 타게 되는 엘리베이터, 인적이 드문 비상계단, 불 꺼진 적막한 복도 등 익숙한 공간을 긴장과 공포의 오브제로 적극 동원했다.

이 영화에는 피로 흥건한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원혼의 이미지 자체로 관객을 경악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독은 무의식적인 공포보다 원혼을 통해 소외와 단절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세련된 화면과 매끈한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2006년 여름 개봉된 이 작품은 영화 ‘이중간첩’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고소영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감독은 깎아놓은 듯한 고소영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차분하되 강렬한 톤의 공포영화 소재로 십분 활용했다. 하지만 고소영은 기존의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호러퀸’으로 거듭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영시간 9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8-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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