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까막눈’

한국거래소는 ‘까막눈’

입력 2012-11-06 00:00
업데이트 2012-11-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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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금 속인 코스닥기업 ‘유죄판결’ 5개월뒤 공시 요구

한국거래소의 공시 관리 허점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증자 자금이 들어온 것처럼 허위로 꾸민 코스닥 상장기업에 법원이 지난 4월 유죄 판결을 내렸음에도 이에 대한 공시 요구를 다섯 달 뒤에나 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조차 이런 소문이 파다했음에도 정작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해 감시해야 할 한국거래소가 ‘까막눈’이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맹점을 보인 셈이다.

전자부품 유통업체인 알에스넷은 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폐지 이의신청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4일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이 어둡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다. 거래소 측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는 등 재무상태가 불안해 상장 폐지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에 맹점 드러나

상장 폐지 결정에는 ‘가장납입’ 영향이 컸다. 가장납입이란 재무상태를 좋게 보이려고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려 실제 증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한 것처럼 속이는 것을 말한다. 실정법상 처벌대상이지만 그 자체는 상장 폐지 요건이 아니다. 다만,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악용했을 때는 상장 폐지 심사대상에 오른다.

문제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지난 4월 19일 가장납입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을 냈음에도 거래소가 알에스넷에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판결로 알에스넷 전 대표였던 김진택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거래소는 항고심 판결(7월 27일)이 나고도 거의 두 달이 지난 9월 10일에야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그제서야 알에스넷은 345억원의 가장납입 사실을 공시했다.

●거래소측 “900개 기업 감독 한계”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자 이 회사의 소액주주 인터넷 카페 모임에는 “전 대표가 가장납입으로 구속됐으니 빨리들 정리하라.”(아이디 ‘소라넷’)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때가 6월이었다. 알에스넷 소액주주모임 대표 강모씨는 “개미(소액투자자)들까지 아는 내용을 거래소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상장 폐지하는) 뒷북을 쳤다.”면서 “몇몇 소액주주들이 관련 민원까지 넣었지만 거래소는 꿈쩍도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알고도 꾸물대다가 화를 키웠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정말 몰랐다면 거래소의 감시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의미”라고 성토했다. 알에스넷이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상장 폐지 이의신청을 한 것도 거래소의 뒷북 대응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거래소 측은 “900개가 넘는 코스닥 업체를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인력 여건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2012-11-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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