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카타르 앞에 건설사들 ‘속앓이’

‘슈퍼甲’ 카타르 앞에 건설사들 ‘속앓이’

입력 2013-05-28 00:00
수정 2013-05-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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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지연돼 본전 못 건지는 적자 공사 잇따라 2022년 월드컵 계기 ‘파트너’로 위상 변화 기대

”카타르 발주처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해외건설 30년 경력의 미국인도 혀를 내둘렀어요. 이런 동네는 처음이라고…”

최근 카타르 파견 업무를 마치고 귀국한 한 대형 건설업체 A사의 한 과장은 현지에서 만난 미국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카타르 근무 소감을 전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의 ‘슈퍼갑(甲) 발주처’인 카타르에서 공사를 따낸 국내 건설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적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A사는 2007년 카타르에서 6억달러 규모의 건축 공사를 수주해 2년 뒤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공기가 2여년간 지연된 끝에 결국 적자를 냈다.

발주처가 분리 발주해 외국 업체에 맡긴 기본 설계가 제때 나오지 않아 실시 설계와 시공 등이 순차적으로 미뤄지고 이에 따라 인력 투입은 늘어난 반면 손실분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력과 관련한 간접비용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던 것도 적자의 요인이다. 공사 때문에 유입된 외국인이 자국민보다 훨씬 많은 카타르는 외국인을 철저히 통제·관리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 조달하기도 어렵고 비자·노동허가·공사장 출입허가 등을 받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 업체는 공사비의 약 25%를 인건비로 지출했다고 전했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B사는 카타르왕궁 관련 공사를 2010년 4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6월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더딘 의사결정과 까다로운 요구로 완공 시점이 3개월 뒤인 9월로 미뤄졌다. 이 업체는 전체 공사비의 10% 안팎이 추가 소요돼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C사는 2011년 카타르의 가스플랜트 설비를 원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공사를 수주했지만 설계를 가져가면 ‘고쳐오라’고 퇴짜를 받기를 거듭해 설계가 지연되는 형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오히려 ‘발주처 달래기’에 나섰다. B사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이달 초 카타르를 방문해 공사 차질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중동 경험이 있는 인력을 추가 투입해 책임 준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설업체가 카타르의 눈치를 보는 것은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매머드급’ 인프라 공사 발주가 잇따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내년까지 300억달러, 월드컵 개최시까지 약 1천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카타르철도회사인 QRC가 도하와 인근 지역에 총 300㎞ 규모의 메트로 4개 노선을 건설하는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는 조만간 1구간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카타르에서 토목공사를 하는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 공사는 이제 시작”이라면서 “도하 메트로를 시작으로 대형 토목공사 일감이 쏟아질 전망이라 업체간 발주처에 잘 보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해외건설협회(해건협)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카타르 공사 수주 금액은 146억달러 상당이고 13개사가 24건(약 90억달러)을 진행하고 있다.

허경신 해건협 지역2실장은 “(발주처가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카타르뿐 아니라 중동 발주처의 관행”이라면서 “오히려 카타르는 ‘월드컵’이라는 데드라인이 생겨 우리 업체들의 주도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그동안 두둑한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등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았지만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할 준공 시점이 정해져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허 실장은 “작년 4월 방문 때만 해도 우리가 전형적인 ‘갑을관계’의 ‘을’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6개월 뒤 방문하자 ‘파트너’라는 용어를 쓰면서 공기를 잘 맞춰달라고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며 “우리 업체는 중국·터키에 비해 공기·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최근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 조금씩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 카타르 도시계획부장관, 공공사업청장, 철도공사사장 등을 면담하고 카타르 메트로(140억달러), 도하베이크로싱(60억달러 해상교량), 폐수 처리망 사업(27억달러) 등 수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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