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계열사들, ‘구심점’ 없이 극적 회생할까

STX 계열사들, ‘구심점’ 없이 극적 회생할까

입력 2013-06-02 00:00
업데이트 2013-06-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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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들 “지주사 없애고 계열사 감자해야” 주장STX “구조조정 마치고 지주사 존폐 논의해야” 반박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라섰던 STX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끝내 붕괴 직전에 몰렸다.

그룹의 지주사인 ㈜STX의 지분 약 900만주에 대한 분산 매각이 속도를 내고, 각 계열사에 대한 감자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강 회장→포스텍→㈜STX→각 계열사’ 식으로 짜 놓은 지배구조는 무너져 내린다.

구심점을 잃은 계열사들은 각자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부분 뿔뿔이 흩어지고 조선업 관련 사업만 묶일 개연성이 크다.

계열사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극적 회생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주식처분·감자·출자전환으로 그룹 공중분해

채권단은 이미 STX에 1조1천억원을 쏟아부었고, 앞으로도 최소 2조~3조원을 더 집어넣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채권은 대부분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러려면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채권단의 대체적인 기류다.

이 과정에서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강 회장의 ㈜STX 지분을 없애고, 계열사와 연결고리를 끊어 문어발처럼 계열사를 늘려 온 STX 그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의 ㈜STX 담보주식 처분은 자체 손실을 줄이는 게 1차 목표지만, 그 결과 강 회장의 지배력이 급속도로 약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 실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대주주 지분은 완전 감자하고, 소액주주는 일부 감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채권단이 대규모 손실을 무릅쓰고 감자와 출자전환을 단행하는 만큼 대주주도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온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 회장이 어떻게든 경영권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리인이 선임되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끌고 간 게 결국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STX는 이날 그룹의 공중분해 전망에 대해 “자회사와 주요자산 매각 등의 작업이 모두 이뤄지고 나서 지주사의 존속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지주사 체제를 유지해야 구심점을 유지한 채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그룹에 대한 강 회장의 지배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계열사별로 생존 도모…조선해양 추가지원 관건

㈜STX 지분 매각과 채권단의 감자·출자전환으로 그룹이 해체되면 계열사들은 각자 생존을 꾀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특히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에 요청한 4천억원의 추가 자금지원 여부가 당장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다가왔다.

STX조선해양은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선박 제조 공정이 차질을 빚어 배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고, 그만큼 채권 회수도 지연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TX조선해양 협력사들도 “2년치 9조원에 달하는 선박 건조 물량을 눈앞에 두고도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휴무하는 날짜가 계속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일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산은은 채권 비율에 따라 현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으로 3천억원을 지원하는 데 대한 의견을 채권은행들에 묻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는 6천억원의 거액이 지원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4천억원을 또 달라는 STX조선해양 측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실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거액을 달라는 것을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 6천억원도 ‘뇌관’

회사채 결제를 둘러싼 논란도 채권단, 금융당국, STX 계열사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채권단이 만기가 돌아온 ㈜STX(2천억원)와 STX조선해양(4천억원) 등 6천억원의 회사채 결제에 자금을 쏟아붓게 된 것을 두고 불만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STX 계열사들의 회사채는 올해 5천800억원의 만기가 또 돌아온다. 이때까지 이들 회사가 정상화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결국, 또 ‘결제 대행’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회사채 결제와 관련한 방향을 금융당국이 애초 잘못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는 것을 지나치게 우려한 결과 시장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회사채 결제 지원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마치 예금자 보호가 되는 것인 양 금융기관이 회사채를 대신 막아주는 건 심각하게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굳이 지원해야 한다면 일부 개인의 회사채만 갚아주거나, 과거 건설사 구조조정 때처럼 부도를 낸 뒤 일부만 만기 상환하고 나머지는 회사의 정상화에 맞춰 분할 상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6천억원 가운데 4천억원을 회사채 결제에 써버리고 다시 4천억원을 달라니, 채권단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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