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국씨 유령회사에 전두환 비자금 갔을 가능성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의혹은 그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은닉했는지에 대해서다.전 전 대통령은 비자금 축재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2천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가 여태 낸 추징금은 312억원에 불과하다. 1천672억원에 달하는 미납액을 추징할 수 있는 시효는 오는 10월11일이다.
◇ 차남 비자금 은닉으로 구속됐을 때 장남은 유령회사 설립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는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시기다.
전 씨는 지난 2004년 7월 싱가포르의 한 법무법인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란 유령회사를 세웠다. 자신의 동생인 전재용 씨가 구속수감된지 5개월 후인 시점이다.
2003년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이 불과 29만1천원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차남 전재용 씨가 실소유주인 차명계좌에서 167억원의 검은돈이 발견됐고 검찰 수사 결과 73억원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전재용씨는 구속됐다.
당시 전재국 씨가 페이퍼컴퍼니에 연계된 계좌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행회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그가 상당히 시급해한 정황도 드러난다.
싱가포르 아랍은행 계좌개설이 늦어지는 데 대해 ‘전재국의 (다른) 은행계좌 돈이 막혔다.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해당 이메일에 들어 있다. 전씨가 이 돈을 아랍은행으로 급하게 이체하려 했던 것은 동생의 구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뉴스타파는 추정했다.
◇재산 29만원의 대통령 출신 아버지…수백억 자산가 아들
뉴스타파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흐름에 의혹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가족이 여전히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이 1988년 백담사로 쫓겨나면서 재산 헌납 의지를 밝혔을 때 그의 재산은 연희동 집, 서초동 땅 200여평, 콘도·골프 회원권, 금융자산 23억 등이 전부였다.
당시 장남 전재국 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고 차남 재용 씨, 삼남 재만 씨도 사회생활을 하기 전이었다.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다. 장남 재국 씨가 1990년 만든 시공사의 자산은 290억원에 달한다. 소유한 부동산도 최소 300억원이다. 재국 씨의 딸 수현씨의 이름으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의 땅은 시가가 약 1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변변한 직업조차 없던 차남 전재용 씨도 50억원대의 서초동 땅 지분, 총 90억원에 이르는 이태원 고급빌라 3채, 도심 재개발 추진 대상인 서소문 일대 건물 등을 갖고 있다.
삼남 전재만 씨 역시 한남동의 100억원대 빌딩 소유주다.
전 전 대통령은 88년 당시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연희동 사저는 부인 이순자 씨에게, 서초동 땅은 재국·재용 씨에게 결국 물려줬다.
그리고 2003년 그는 전 재산이 29만1천원 남았으며 주변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면서 사실상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거나 육군사관학교에 1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생활을 계속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10월이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시효가 끝나는 상황에서 뉴스타파가 새 증거를 찾았다”며 “이제는 검찰과 국세청 등 관련 정부기관이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얼마의 돈이 흘러갔는지, 그 돈이 누구의 것인지 밝힐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