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페이퍼컴퍼니 설립 파문

예보, 페이퍼컴퍼니 설립 파문

입력 2013-06-17 00:00
업데이트 2013-06-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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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모르게 조세피난처에 직원 명의로 운영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당국도 모르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공개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150여명의 한국인 관련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조세피난처인 싱가포르와 조세정보 교환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협약 개정이 오는 28일 발효돼 탈세 추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보와 예보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6명은 유근우·진대권·김기돈·조정호·채후영·허용씨로 지금은 모두 퇴직했다. 이들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9월과 12월 페이퍼컴퍼니를 2개 세웠다.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세웠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2000만 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예보가 아닌 직원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점이 문제”라며 “페이퍼컴퍼니 운영 내역을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가 예보에 매각자산 목록과 자금거래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예보는 관련 자료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세부 내역 파악에 착수했다.

이날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페이퍼컴퍼니 및 관련자 추적을 일반 대중의 힘을 모아 ‘시민참여’ 방식으로 추진키로 하고 10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10만여개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ICIJ의 한국 측 파트너인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보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관련 서류에 적힌 영문 이름과 한글로 바꾼 이름, 주소, 신원이 확인된 경우 직업 등의 인적사항이 담겨 있다.

한편 오는 28일 발효되는 ‘한·싱가포르 조세조약 개정협약 의정서’에는 ‘은행, 수탁인 등이 보유한 정보 또는 소유지분과 관련된 정보라는 이유로 상대국에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등 내용이 추가돼 두 나라가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3-06-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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