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배당, 주주 희생으로 가능했다

일감 몰아주기 배당, 주주 희생으로 가능했다

입력 2013-07-07 00:00
업데이트 2013-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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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가져갈 이익을 총수일가에 몰아준 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인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에 수천억원의 배당을 했다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되는 30대 그룹 계열사가 총수와 그 일가에 배당한 금액은 총 4천696억원에 달한다.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 배당은 다른 문제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상품이나 용역을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물류, 건설, 광고, 시스템통합(SI) 등의 분야에서 계열사 일감을 몽땅 넘겨받은 비상장 계열사는 기업 가치가 치솟게 되고, 이 회사가 상장하면 총수 일가는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

한마디로 재벌총수 일가가 부를 세습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결국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이다.

일감을 몽땅 넘겨받은 비상장 계열사를 직접 세워 운영했다면 막대한 기업가치와 배당이익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이를 모두 총수일가에 넘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9%, 정몽구 회장이 11.5%를 가지고 있지만, 현대차의 지분은 고작 4.9%에 불과하다.

만약 현대차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면 7조원(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 달하는 기업가치와 지난 5년간 정씨 일가에게 지급된 781억원의 배당액은 모두 현대차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더구나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의 주주들은 이러한 배당을 받기는 커녕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자사 이익이 줄어드는 희생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의 38%, 친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를 보유한 SKC&C는 이들 형제에게 지난 5년 간 815억원의 배당금을 제공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인 30대 그룹 계열사 78곳이 총수 일가에 배당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그런데 이 배당의 바탕이 된 이익은 SK그룹 계열사들이 경쟁입찰으로 비용을 절감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SK C&C에 일감을 몰아준 덕분에 가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 7개 계열사가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SK C&C에 시스템통합(SI) 서비스료 등으로 1조7천여억원을 지급하면서 업계 관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냈다고 밝혔다.

SK 계열사들이 제공한 인건비 단가는 SK C&C가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받은 인건비 단가보다 무려 9~72%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비용 절감으로 SK 계열사 주주들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SK C&C에 몰아준 셈이고, 이 순익을 바탕으로 SK C&C는 최씨 일가에 거액의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놓고 본다면 지난 5년 간 5천억원에 육박하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의 총수 일가에 대한 배당은 결국 계열사 주주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일감 몰아주기 배당은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을 꾀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며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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