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돈맥경화’…돈은 풀었지만 돌진 않는다

한미일 ‘돈맥경화’…돈은 풀었지만 돌진 않는다

입력 2013-08-20 00:00
수정 2013-08-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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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본원통화 100조 첫 돌파…통화승수는 최저 미국·일본도 양적완화 이후 통화승수 최저 수준

한국, 미국, 일본 모두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

한국 본원통화는 1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도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통화승수가 최저로 떨어졌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말잔·원계열 기준)는 18.7배로 200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2000년대 초 20∼27배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06년 10월 29.3배로 정점을 찍었고 작년 3월(18.7배) 처음으로 20배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20배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처음으로 5개월 연속 20배를 밑돌고 있다. 1월 22.2배에서 2월 19.6배로 떨어진 뒤 3월 19.1배, 4월 19.6배, 5월 18.9배, 6월 18.7배를 보였다.

통화승수가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풀리는 돈은 많지만 그만큼 시중에서 돈이 잘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원통화는 올해 1월 83조원 수준에서 6월 101조으로 21.5% 증가했지만 M2는 같은 기간에 1천845조원에서 1천893조원으로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화승수는 국민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할수록 낮아진다. 최근에는 안전자산 선호로 예금 등의 상품이 더 주목을 받기 때문에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표상원 한국은행 조사역은 “5만원권이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며 현금 보유 편리성이 좋아지다보니 본원통화는 증가했지만 광의통화는 크게 늘지 않아 통화승수가 낮아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 자기앞수표 교환금액은 5만원권 발행 전 월평균 5조∼6조원 수준에서 1조∼2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과 일본도 최근 통화승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본원통화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 8천411억 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1조6천592억 달러로 넉달 만에 97.3% 급증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M2는 7조7천672억 달러에서 8조2천493억 달러로 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미국 통화승수는 2008년 8월 9.2배에서 9월(8.7배) 9배 아래로 떨어진 뒤 10월 7.1배, 11월 5.6배, 12월 5.0배로 급격히 추락했다. 돈은 풀었지만 시중에 돌지 않은 것이다.

통화승수는 2011년 3월(3.8배) 4배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4월 3.5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에서 탈피하기 위해 2001년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 돈을 풀면서 통화승수가 9배 수준에서 2010년 초까지는 11배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이후에는 효과가 떨어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승수가 2010년 3월(10.2배) 10배 수준으로 내려온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0배를 밑돌기 시작해 이후 8∼9배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어 일본이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선 작년 9월(8.8배) 9배 아래로 떨어진 뒤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8배 수준을 보이다가 3월(7.9배)에는 8배 아래로 내려왔고 더 하락세를 보여 4월 7.5배, 5월 7.3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본원통화 증가에 비해 M2의 팽창 속도가 느린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풀려도 여유가 없는 가계는 빚을 내서 소비할 여력이 없고 기업도 투자를 확대하지 못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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