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아시아 신흥국 전체로 경제위기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 대외부채 등으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가운데 다른 여러 신흥국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에 의존했던 금융시장서 자금 ‘썰물’
외환위기 또는 금융위기 조짐이 있다고 지목되는 곳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다.
인도에서는 루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도 커졌으나 인도 정부의 대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으나 영국 신문 가디언과 CNN 머니 등 주요 언론은 인도가 최악의 국면을 맞아 금융위기가 ‘초읽기’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도 루피아화가 4년여 만의 최저치를 찍고 경상수지 적자 폭도 커지자 19∼20일 이틀 연속 증시가 5% 이상 폭락하는 시장 위기에 부딪혔다.
이들 국가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로 그동안 의존했던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선진국 양적완화로 시중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진 덕에 지난 4년간 신흥시장에는 3조9천억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계획을 언급한 6월부터 상황이 뒤집혔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는 6월부터 8월 14일까지 97억7천만 달러가,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는 189억1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인도네시아 증시에서는 지난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2억5천500만 달러를 빼냈다.
이는 선진국보다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이들 시장의 잠재력에 푹 빠져 있던 투자자들이 양적완화에 따른 ‘돈 잔치’가 끝나고 금리 상승으로 돈줄이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단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신흥국 각국의 경제기초를 따져보니 대외부채, 재정적자, 성장 둔화 등 이 지역의 부실한 경제가 눈에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스피로 스피로국채전략 상무도 “미국 금리의 갑작스러운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국가별로 위험성을 따져보게 됐다”며 “신흥 아시아는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인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기, 아시아 신흥국 전체로 퍼지나
이런 문제가 인도나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가장 큰 우려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 역시 외국 자본에 의존해 몸집을 키워온 터라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무너질 가능성이 충분하며 시장을 뒷받침해주기에는 실물경제의 기초도 약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말 역내 국가들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6.3%로 하향 조정했으며 민간 금융기관들도 아시아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대내외 부채가 많고 중국 성장 둔화, 선진국 회복 지연 등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리처드 옛센가 호주 ANZ은행 세계시장연구 책임자는 CNBC에 “국내 문제로는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촉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도는 (다른 신흥국 문제의) 축소판”이라며 인도의 문제가 다른 나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 비용이 늘면서 모든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아시아 모든 국가가 더 높은 글로벌 자본비용에 노출돼 있다”며 먼저 대외 부채가 많은 지역으로, 다음으로는 내부 차입이 많은 나라로 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말레이시아, 올해 들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태국도 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프레더릭 뉴먼 HSBC 아시아경제연구 공동 책임자는 CNBC에 “말레이시아가 경상수지 흑자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근본적인 경제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정부가 생산성 향상 둔화를 반전할 만한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털 탄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심각하게 증가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이 1990년대 말 겪었던 대형 외환위기를 다시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모든 신흥시장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는 어렵고 몇몇 국가는 꽤 탄탄한 경제기초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뉴먼은 “아시아를 들여다보면 필리핀은 훨씬 잘 갖춰져 있고 한국도 그렇다”며 “최근의 매도세에도 태국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또 인도의 상황은 새롭지 않아 극히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아트시 셰트 무디스 선임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달에 인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할 때 이미 높은 재정적자, 물가상승 압력, 정치적 불확실성을 포함한 인도의 문제를 고려했다면서 “우리의 관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 대외부채 등으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가운데 다른 여러 신흥국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에 의존했던 금융시장서 자금 ‘썰물’
외환위기 또는 금융위기 조짐이 있다고 지목되는 곳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다.
인도에서는 루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도 커졌으나 인도 정부의 대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으나 영국 신문 가디언과 CNN 머니 등 주요 언론은 인도가 최악의 국면을 맞아 금융위기가 ‘초읽기’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도 루피아화가 4년여 만의 최저치를 찍고 경상수지 적자 폭도 커지자 19∼20일 이틀 연속 증시가 5% 이상 폭락하는 시장 위기에 부딪혔다.
이들 국가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로 그동안 의존했던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선진국 양적완화로 시중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진 덕에 지난 4년간 신흥시장에는 3조9천억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계획을 언급한 6월부터 상황이 뒤집혔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는 6월부터 8월 14일까지 97억7천만 달러가,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는 189억1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인도네시아 증시에서는 지난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2억5천500만 달러를 빼냈다.
이는 선진국보다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이들 시장의 잠재력에 푹 빠져 있던 투자자들이 양적완화에 따른 ‘돈 잔치’가 끝나고 금리 상승으로 돈줄이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단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신흥국 각국의 경제기초를 따져보니 대외부채, 재정적자, 성장 둔화 등 이 지역의 부실한 경제가 눈에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스피로 스피로국채전략 상무도 “미국 금리의 갑작스러운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국가별로 위험성을 따져보게 됐다”며 “신흥 아시아는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인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기, 아시아 신흥국 전체로 퍼지나
이런 문제가 인도나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가장 큰 우려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 역시 외국 자본에 의존해 몸집을 키워온 터라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무너질 가능성이 충분하며 시장을 뒷받침해주기에는 실물경제의 기초도 약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말 역내 국가들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6.3%로 하향 조정했으며 민간 금융기관들도 아시아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대내외 부채가 많고 중국 성장 둔화, 선진국 회복 지연 등으로 실물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리처드 옛센가 호주 ANZ은행 세계시장연구 책임자는 CNBC에 “국내 문제로는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촉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도는 (다른 신흥국 문제의) 축소판”이라며 인도의 문제가 다른 나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 비용이 늘면서 모든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아시아 모든 국가가 더 높은 글로벌 자본비용에 노출돼 있다”며 먼저 대외 부채가 많은 지역으로, 다음으로는 내부 차입이 많은 나라로 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말레이시아, 올해 들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태국도 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프레더릭 뉴먼 HSBC 아시아경제연구 공동 책임자는 CNBC에 “말레이시아가 경상수지 흑자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근본적인 경제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정부가 생산성 향상 둔화를 반전할 만한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털 탄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심각하게 증가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이 1990년대 말 겪었던 대형 외환위기를 다시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모든 신흥시장을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는 어렵고 몇몇 국가는 꽤 탄탄한 경제기초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뉴먼은 “아시아를 들여다보면 필리핀은 훨씬 잘 갖춰져 있고 한국도 그렇다”며 “최근의 매도세에도 태국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또 인도의 상황은 새롭지 않아 극히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아트시 셰트 무디스 선임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달에 인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할 때 이미 높은 재정적자, 물가상승 압력, 정치적 불확실성을 포함한 인도의 문제를 고려했다면서 “우리의 관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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