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삼성·현대·LG 빼면 이자상환 빠듯

대기업 ‘부실’…삼성·현대·LG 빼면 이자상환 빠듯

입력 2013-12-08 00:00
수정 2013-12-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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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이를 실감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특히 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업종은 이미 내년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기업 재무건전성 ‘빈익빈 부익부’

비금융 상장기업 1천501개사 전체를 놓고 보면 ‘줄도산’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취약한 기업일수록 안정성이 악화되고 있다.

가계 뿐만 아니라 기업 부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기업들을 건전성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할 때 올해 6월 말 기준 1,2분위의 부채비율(총부채/자본총계)은 각각 21.2%, 38.9%에 불과하지만 4,5분위는 각각 127.4%, 279.2%에 이른다.

1,2분위의 차입금의존도(총차입금/총자산)는 3.0%, 14.6%지만 4,5분위는 35.6%, 53.2%에 달한다.

1,2분위의 분기별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그래프 상으로 수평이거나 우하향 곡선을 그리지만, 4,5분위는 상승곡선이다.

우량한 기업은 갈수록 더 좋아지고 최소한 현상은 유지하지만, 부실한 기업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5분위에는 건설, 조선, 운송(해운 포함) 분야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부채비율 5분위 기업군에서 건설은 15.5%, 조선은 10.4%, 운송은 18.7%이고, 차입금의존도 5분위 기업군에서는 건설 4.2%, 조선 8.8%, 운송 12.0%다.

이자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을 살펴보면 양호한 몇 개 기업을 빼고는 이자 갚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0%를 웃도는 영업이익 상위 5개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LG화학이다.

이들을 제외한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45.0%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저점(264.0%)에도 못 미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축소에 나서면 금리가 상승, 기업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대기업도 부실 못 피해가…금융에도 악영향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재계에서는 현대·한진·두산·동부 등 4개 그룹의 부실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들 4개 그룹의 계열사 연결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398∼895%에 달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대그룹은 연결부채비율이 895%에 달하고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은 3조2천억원대, 회사채 발행액은 1조6천억원대에 이른다.

한진그룹은 연결부채비율 678%, 연결이자보상배율은 1배 미만(0.04)으로 금융차입금과 회사채 발행 규모는 작년 말 기준 각각 6조원대와 6조7천억원대로 집계됐다.

동부그룹은 연결부채비율 398%, 연결이자보상배율 0.3배이며, 두산그룹은 각각 405%, 0.89배 수준이다.

기업의 재정 악화는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금융사의 건전성도 해친다.

이는 STX와 동양 사태의 여파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치솟은 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80%로 전분기(1.73%)보다 0.07% 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25조8천억원으로 9천억원 늘었다.

이는 신규 부실 규모가 6조6천억원으로, 부실채권 정리 규모(5조8천억원)보다 컸기 때문이다.

신규 부실채권은 기업여신 신규 부실이 5조3천억원으로 전체의 79.5%를 차지했다. 대기업 부문 신규 부실 발생액이 2조4천억원으로 동양 계열이 5천억원, STX 계열이 1조4천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대손충당금적립액/고정이하여신)은 작년말 158.3%에서 올해 6월말 현재 114.8%로 6개월만에 43.5%포인트나 하락했다.

한은은 대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 부실여신이 늘면서 은행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의 대기업 비우량등급대출 비중은 2008년 3월 8.0%에서 올해 6월말 16.6%로 5년 새 두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건설·조선·해운 내년에도 ‘먹구름’

’건조해’로도 불리는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의 내년 경기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

건설 산업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과 주택시장 불확실성 등 때문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2014년 정부의 SOC 투자예산은 2013년보다 1조원 줄어든 23조3천억원이고, 공공기관의 부채 급증으로 공공 부문의 건설공사 발주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와 경영난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0월 기준으로 회사채 만기도래분을 추정한 결과,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의 회사채 잔액은 5조2천500억원으로, 이중 신용등급 BBB+ 이하 업체의 잔액이 41%를 차지했다.

조선사도 내년에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저가에 수주한 잔고가 소진되기까지 앞으로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저수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가(배값)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0% 이상 떨어진 상태로, 현재 수주 선가는 국내 빅3(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해운사는 사정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내년에도 정기선(컨테이너선) 시황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부정기선(벌크선) 부문은 중국의 철광석 재고량 확보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 9∼10월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11월 들어서는 수요가 감소해 이미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법률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무건전성이 불량한 그룹에 대해선 정확한 판단과 선제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주채무계열 제도 등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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