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대기업은 별 영향 없을 듯
경제단체들은 국회가 마련 중인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는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21일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국회는 주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청년실업 상태가 심해지고 있어서 이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이론상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을 담당할 인력에 대한 고용이 필요하게 된다. 그만큼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주간 52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데다 그렇지 않은 대기업도 고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통과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중소기업들이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은 현재도 인력이 없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정안대로라면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에 비용만 상승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서비스업종을 원하는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가 바뀌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법 개정으로 구인난 심화와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런 중소기업의 실정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에는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2019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의 기업에는 2021년 1월 1일부터 개정 법안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상시근로자 1천 명 이상은 2018년, 300∼999명은 2019년부터 시행하되, 100∼299명은 2020년, 50∼99명은 2022년, 20∼49명은 2023년, 20명 미만은 2024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주7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하는 데 대해서는 노사합의가 있으면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해서 총 60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대기업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우려감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다.
10대 기업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시행한다면 기업에 미치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 시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이 법이 시행되면 특근 형태로 임금을 보전받고 있는 기존 근로자들의 급여가 줄어들게 된다”며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새로운 노사 갈등의 원인만 제공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새 법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 파견근로자 관련 제도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국 2년 안에 파견근로자가 돌아가며 해고되는 역효과만 내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재작년에 낸 보고서에서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 기업 부담이 연간 12조3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300인 미만의 사업장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8조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새 법안은 청년실업 해소에는 제한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과 서비스업 규제를 풀어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분야 쪽으로 길을 터주는 게 바람직한 청년실업 해소 대책”이라고 말했다.
경영자총협회는 “근로시간 총량을 단축하되, 산업현장의 부담완화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는 2015년 9·15 노사정 합의에 기초해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고 입법화해야한다”며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제도적 완충 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경영계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인력운용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특히 중소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이번 여야 합의는 실업 정책 실패의 책임을 기업과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건비 추가 부담 외에 근로시간 조정이 어려운 기업들의 인력난으로 노동생산성은 더욱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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