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청년 창업은 실종…“20대 청년 맞춤형 창업 대책 필요”
10·20대 사업자들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창업하거나 생계형 창업에 매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 청년 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목표와 현실이 완전히 동떨어진 셈이다.
17일 국세청의 월별 사업자현황을 보면 4월 기준으로 30세 미만 부동산 임대업 사업자는 1만5천명으로 1년 전보다 17.7% 증가했다.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 증가율은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가 11.1%로 그다음이었고 40대 9.3%, 70세 이상 8.3%, 60대 6.8%, 50대 6.7% 순이었다.
전체 평균 부동산임대업자 증가율(7.9%)보다 30대 미만 증가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것이다.
부동산임대업은 자신의 명의로 된 주택, 상가 등을 보유해 임대 소득을 올리는 사업이다.
30대 미만이 직접 돈을 벌어 부동산을 매입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모 등에게서 물려받은 부동산을 바탕으로 임대 소득을 올리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분석된다.
생계형 사업으로 분류되는 소매업·숙박업에서도 30대 미만 사장님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30대 미만 소매업자는 6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9.1% 늘어 역시 전 연령대 통틀어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4월 전체 평균 소매업자 증가율은 1.5%였다.
숙박업에서도 30대 미만 사업자가 800명으로 1년 전보다 17.5% 증가했다.
숙박업에선 70세 이상(9.2%) 다음으로 30대 미만 사업자 증가율이 높았다.
30대 미만 음식업 사업자는 3만3천명에서 3만5천명으로 5.7% 늘었다.
60대(10.7%), 70세 이상(10.5%)만큼은 아니었지만 30∼50대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소매업, 음식·숙박업은 별다른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어 생계형 창업자들이 많이 뛰어드는 사업이다.
청년층의 경우 최근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정도가 되자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30대 미만의 경우 모수가 적다 보니 조금만 늘어도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년 창업이 부동산임대업, 소매업, 숙박업과 같은 업종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려받은 재산만 있으면 손쉽게 사업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청년과 자영업 과당 경쟁 때문에 소득을 벌기 쉽지 않은 청년들로 10, 20대부터 출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수저형 창업이나 생계형 창업만 활성화하면 청년 창업이 혁신이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0대 미만 부동산 임대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20대 창업이 전체 창업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종의 비중이 높고 기술혁신 창업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청년에 초점을 맞춰 창업 준비부터 승계, 매각 과정에 이르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기술 기반형, 일자리 창출형 업종의 20대 창업을 유인하는 창업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며 “기술혁신 창업으로 성장한다는 자부심, 성공적인 벤처 창업 후 해당 분야 사업을 매각하고 다른 사업으로 진입하는 마인드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