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1-26 10:36
수정 2017-11-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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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서는 시추 6일만에 지진…2009년 영구폐쇄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의 진원이 인근 포항지열발전소와 불과 1km 떨어진 곳이라는 공식 분석이 나오면서 이번 지진과 지열발전 사이에 연관이 있을 개연성이 지적되고 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지리적 근접성이 뚜렷한데다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종종 있어 지질학계와 재난관리 당국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중이다.

26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지하자원 시추, 폐수 처리 등 여러 이유로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 중 일부로 의심되는 ‘유발 지진’의 사례가 세계 곳곳에 많이 있다.

지열발전소는 지하 수 km 깊이로 땅을 판 뒤 지열로 물을 뜨겁게 데워 증기 터빈을 돌리는 것이 기본 원리다. 땅을 파야 하고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되면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불과 엿새만에 이 지역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가 났다. 지열발전소 운영은 즉각 중단됐으나, 그 후에도 2007년 1∼2월에도 규모 3이 넘는 지진이 3차례 잇따랐다.

이 지진들은 모두 시추공으로부터 1km 내 거리에서 발생했고, 진원의 깊이는 4∼5km로 시추공의 바닥 가까운 곳이었다. 이외에도 보다 규모가 작아 사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수백 건의 지진이 지진계로 관측됐다.

과학자들과 정부 당국은 3년간에 걸친 정밀 분석 결과 지열발전소가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거나 뜨거워진 물을 뽑아 올린 것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 당국은 2009년 이 지열발전소에 대해 영구폐쇄 조치를 내렸다.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에서는 2009년 8월 이 지역 6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나 지진이 나자 놀란 주민들의 전화가 경찰과 소방서에 빗발쳤다. 조사 결과 진앙은 발전용 관정(管井·대롱 모양의 우물)으로부터 불과 450m 떨어진 곳이었으며 진원의 깊이도 약 3.3km로 발전용 관정의 바닥 부분과 일치했다.

호주에서는 쿠퍼 분지의 사막에 4.4km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자 2003년 12월에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으며 그 중 최대는 3.7 규모였다. 또 프랑스 알사스의 술츠수포레에서는 2003년 5km 깊이의 시추공 2개가 뚫린 후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지열발전 시설(2009년 기준 전력 800MW 생산)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더 가이저스 지열발전소’(The Geysers Geothermal Field) 부근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보고됐으며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약 120km 거리에 있으며,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유정(油井)에서 석유를 채굴하면서 생기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하에 주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발 지진도 늘고 있다.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는 1973∼2008년 기간에는 규모 3 이상 지진 연평균 발생 건수가 21건에 불과했으나, 석유 채굴이 활발해진 2009∼2013년에는 연평균 99건으로 급증했으며, 그 후로 더욱 늘어 2014년에는 한 해에 659건으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유발지진으로 의심된다.

이 중 대부분은 사람이 느낄 수는 있으나 피해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규모 3∼4 사이의 수준이지만, 2011년 오클라호마주 프라그(규모 5.6)나 콜로라도주 트리니다드(규모 5.3)처럼 꽤 큰 지진이 나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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