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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왜 ‘푸로산게’를 SUV라고 부르지 않을까

페라리는 왜 ‘푸로산게’를 SUV라고 부르지 않을까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2-10-23 16:56
업데이트 2022-10-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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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의 순수성’과 ‘SUV의 실용성’ 팽팽한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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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 푸로산게
납작한 페라리를 살짝 부풀려 놓은 듯 했다. 영락없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였다. 하지만 페라리 관계자 누구도 이 차를 SUV라고 부르지 않았다. 지난 21일 경기 여주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페라리 ‘푸로산게’에는 ‘브랜드 최초의 4도어 4인승 스포츠카’라는 복잡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스포츠카와 SUV 사이…고민의 흔적
전체적으로 스포츠카와 SUV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페라리의 상징인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을 장착해 725마력, 제로백 3.3초라는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나 장착돼 중후함과 안락함을 상징하는 ‘코치도어’가 탑재됐다. 코치도어는 뒷문의 경첩이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뒤쪽에 달려 문이 마주 보고 열리는 형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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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 극동 총괄 디터 넥텔은 “스포츠카이면서 여유로운 공간과 폭넓은 사용성까지 갖춘 세계 유일무이한 모델”이라고 내세웠다. SUV의 외관을 하고 있지만 ‘페라리 DNA’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페라리는 “푸로산게는 최근 전형적인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나 SUV와는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과 혁신적인 비율을 채택했다”고도 설명했다.

페라리가 푸로산게를 ‘최초의 SUV’라고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양산차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간 강조한 말이 있어서다. 한때 페라리는 브랜드 고위 관계자가 “SUV와 페라리가 같은 문장에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인터뷰했을 정도로 SUV에 부정적이었다. 유서 깊은 스포츠카 브랜드로 지켜온 고유의 가치를 SUV로 압축되는 실용성, 시장성과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절대로 SUV를 개발하지 않을 것 같았던 페라리도 결국 ‘크고 편안한 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멍청이나 타는 차”…포르쉐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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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먼테
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먼테
페라리의 오랜 맞수인 람보르기니는 일찍이 SUV 시장에 진출해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황소처럼 우람한 근육질의 ‘우루스’를 출시한 뒤 최근 ‘우루스 퍼포만테’, ‘우루스 S’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SUV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전체 매출에서 우루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에 이른다.

이처럼 도도한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SUV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브랜드는 독일의 포르쉐다. 적자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포르쉐가 2002년 ‘카이엔’ 출시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완성차 역사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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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플래티넘 에디션
포르쉐 카이엔 플래티넘 에디션
카이엔이 처음 공개됐을 때 포르쉐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애호가와 전문가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한 자동차 유력매체는 “멍청이들이나 타는 차”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기도 했다. 이런 비판이 무색하게 카이엔은 소위 ‘대박’을 쳤고, 이후 출시된 조금 작은 크기의 ‘마칸’과 함께 세대를 거듭하며 사랑받고 있다. 포르쉐는 올 3분기 22만 1512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전년 동기보다 2% 증가한 호실적을 거뒀는데, 카이엔(6만 6769대)과 마칸(5만 9604대) 등 절반 이상을 SUV 모델이 견인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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