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순수성’과 ‘SUV의 실용성’ 팽팽한 줄다리기
페라리 푸로산게
스포츠카와 SUV 사이…고민의 흔적
전체적으로 스포츠카와 SUV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페라리의 상징인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을 장착해 725마력, 제로백 3.3초라는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나 장착돼 중후함과 안락함을 상징하는 ‘코치도어’가 탑재됐다. 코치도어는 뒷문의 경첩이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뒤쪽에 달려 문이 마주 보고 열리는 형태를 말한다.
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가 푸로산게를 ‘최초의 SUV’라고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양산차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간 강조한 말이 있어서다. 한때 페라리는 브랜드 고위 관계자가 “SUV와 페라리가 같은 문장에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인터뷰했을 정도로 SUV에 부정적이었다. 유서 깊은 스포츠카 브랜드로 지켜온 고유의 가치를 SUV로 압축되는 실용성, 시장성과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절대로 SUV를 개발하지 않을 것 같았던 페라리도 결국 ‘크고 편안한 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멍청이나 타는 차”…포르쉐의 희생(?)
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먼테
이처럼 도도한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SUV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브랜드는 독일의 포르쉐다. 적자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포르쉐가 2002년 ‘카이엔’ 출시를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완성차 역사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포르쉐 카이엔 플래티넘 에디션
오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