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정리 가능성도…대한항공 “지하공간은 창고”
세관 당국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 내부에서 3곳의 ‘비밀공간’을 확인했지만 밀수 혐의 물품은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조양호 회장 자택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하지만 한진일가가 세관 당국의 1차 압수수색 이후 문제 소지가 있는 물품을 정리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사는 평창동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총 3곳의 비밀공간을 발견했다.
제보로 제기된 비밀공간은 자택 지하와 2층 등 2곳이었지만 실제 확인된 공간은 이보다 한 곳 더 많았다.
이곳은 모두 지난달 21일 압수수색 때 세관의 수사망을 피해간 곳이다.
3곳 중 한 곳은 한진 측 관계자가 스스로 열어줬고 나머지 2곳은 조사관들이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찾아냈다.
하지만 이 비밀공간에서 밀수·탈세와 관련된 물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밀공간 중 일부는 쉽게 보이지 않아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다만 비밀공간에 물건들은 있었지만 밀수·탈세와 관련된 물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한공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택 2층 드레스 룸 안쪽과 지하 공간은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지하 공간은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진 측이 비밀공간 3곳 중 2곳에 대해 2차 압수수색 때도 함구하고 있었다는 점, 이 공간들이 대한항공의 주장과 달리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세관의 1차 압수수색 이후 한진 측이 밀수품으로 의심을 살만한 물품은 이미 외부로 옮기는 등 이미 ‘정리’를 마쳤을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사관들은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외에서 밀수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구, 식기 등 집안 소품의 사진을 일일이 촬영해 증거를 남겼다.
한진그룹 일가가 옷·가방 등 명품뿐만 아니라 가구 자재 등 소품까지 해외에서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관은 이르면 이날부터 대한항공 직원 등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이후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와 조현아·현민 등 세 모녀를 소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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