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3-09-03 00:00
업데이트 2013-09-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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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올여름 참으로 고생 많았다.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나 지구온난화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고생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자리 잡았다고 큰소리치면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자신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즐기던 사람들이 저지른 원전 부품 비리문제는 자칫 선량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이고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뻔했다. 올 한여름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냉방장치를 끄고 근무해야 했던 수많은 국민들은 물론이고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자고 안 쓰는 전기 콘센트마저 뽑아낸 국민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대견할 뿐이다. 한여름 계속되는 무더위에 혹시라도 선풍기 하나라도 더 켜면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으려는 정부의 절전운동에 폐라도 끼칠까 싶어 일반 국민들은 죄송스러움을 느꼈다.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선산에 심은 반듯하고 올곧게 뻗은 나무는 일찌감치 재목감으로 베어진다. 하지만 쓸모가 없어 눈길조차 주지 않은 등 굽은 소나무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 덕분일까, 나중에 후손들이 선산을 찾아왔을 때 버려져 있던 등 굽은 소나무는 후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선산의 풍치도 살려준다.

부모는 어려운 살림에도 논 팔고 밭 팔고 심지어는 선산까지도 손대면서 잘난 자식을 대학 보내고 취직시켜서 장가갈 때까지 헌신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정작 잘난 자식은 제 잘나서 성공하고 출세한 줄로 알고, 늙고 무식하고 병든 부모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보며 살가운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식은 멀다는 핑계로 아예 선산은 물론이고 부모, 형제마저 외면하고 살고 싶어한다. 반면 돈이 없어 대학도 못 가고 부모 밑에서 농사나 거들던 구박덩이 자식은 끝까지 부모를 봉양하며 함께 산다. 못난 자식들이 부모 임종도 지켜보면서 물 한 모금 떠드리고 선산을 지키는 것이 법칙인가 보다.

못난 자식들이 부모 걱정한다고, 이제는 못난 국민들이 나라 걱정하고 있다. 국민을 걱정해주고 지켜줘야 할 나라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루살이처럼 온 인생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면서도 세금은 내라는 대로 꼬박꼬박 내고 사는 소시민들, 외환위기 때는 너나없이 죽어가는 나라 살리겠다고 금반지 들고 나와 세계를 감동시킨 선량한 국민들은 엘리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잘난 자식들은 똘똘 뭉쳐서 남들이 죽거나 말거나 원자력 부품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 집안 좀 일으켜 세우라고 빚 내서 훌륭하게 공부시킨 변호사, 의사, 세무사 같은 분들은 이리저리 세금 빼돌리기 바쁘다. 올여름 폭염을 부채와 선풍기로 버티면서 정전은 막아야 된다고 열 올리던 힘없는 시민들도 전기 사용량의 주범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가정용 전기요금만 올리겠다는 정부 처사에는 분노했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을 놔두고 중산층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려는 잘난 자식 놈들에게 삿대질만 할 뿐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만 외치면서 말이다. 이제 희망만을 말하고 싶었던 나는 또 묻는다. 이 나라에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2013-09-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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