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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군사적 정신주의/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군사적 정신주의/우석대 명예교수

입력 2022-06-21 20:12
업데이트 2022-06-22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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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2021. 낡은 시간의 감옥에서 탈출하자.
대전 2021. 낡은 시간의 감옥에서 탈출하자.
1900년께 세기의 전환기에 유럽의 젊은 장교들은 상급자들의 ‘꼰대스러움’에 좌절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모두 귀족이 군대를 장악했다. 그들은 공허한 형식주의에 집착했다. 1912년 프랑스의 한 육군 대령은 병사들 앞에서 훈시했다. ‘아름답게 경례하는 병사가 매우 드물다. 경례 하나만 봐도 그 병사가 어떻게 교육 훈련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기막힌 규범이 확대되면서 심각한 결과가 나타났다.

제1차 세계대전 내내 장군들은 전쟁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수많은 군사 저술들은 군사적 정신주의를 강조했다. 장비의 위력을 무시한 채 정신적 능력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1914년 당시 지휘관들의 전쟁 개념은 100년 전 나폴레옹 시대 워털루전투의 기억에 바탕을 두었다. 장군들은 기계보다 사람을 더 믿었다. 영국군, 프랑스군, 독일군 모두 정신적 자질이야말로 전투 승리의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했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프랑스의 포슈 장군은 1909년 말했다. “전투는 적의 정신을 분쇄하기 위해 아군의 정신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 정복의 의지야말로 승리의 제1조건이다.” 독일 군사이론가 베른하르디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탁월하다고 할지라도 기계 장치들이 정신적 자질의 결함을 보충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군인의 한 가지 자질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담한 용기야말로 공격의 핵심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기본 전술 개념은 간단했다. 가장 유효한 군사 기술은 공격이고, 공격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는 부대원들의 사기와 돌격이라는 것.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면 된다’ 정신이다.

이런 태도 때문에 초기 공세는 끔찍하리만큼 유혈이 낭자했다. 적의 참호로 돌격을 감행할 때 병사들을 가장 많이 쓰러뜨린 것은 기관총이었다. 병사들이 모두 기관총 앞에 쓰러질 때까지 ‘돌격 앞으로’가 계속됐다. 이런 무모한 작전을 2주가량 수행하면 사단장이 부대를 방문해 무훈을 치하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정신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관총도 아닌 핵미사일을 정신전력으로 극복한다? 100년 전 유럽 장군들의 무모함이 떠오른다.

2022-06-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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