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든 사회가 ‘묻지마 범죄’ 양산한다

[사설] 병든 사회가 ‘묻지마 범죄’ 양산한다

입력 2012-08-24 00:00
업데이트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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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특정 대상을 겨냥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여의도와 21일 용인과 수원 등 이달 들어 전국에서 일어난 10여건의 사건들이 모두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일어난 범죄들이다. 이들 범죄자들의 특징을 보면 한결같이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들이다. 가정·직장·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애꿎은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이다. 이런 범죄가 빈발한 것은 사회 양극화와 경제난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묻지마 범죄’가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들의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의도에서 전 회사 동료 4명을 흉기로 찌른 30대 김모씨만 해도 회사를 나온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하자 복수심에 불탔다고 한다. 김씨가 “차라리 자살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하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내용만 보더라도 사회적 실패자들의 개인적인 좌절이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낳고, 이는 결국 범죄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범죄의 유혹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이 절실하다.

경찰청은 어제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해 치안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범죄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도태된 이들을 사회가 보듬고 가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유사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한다. 성공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판치는 병든 사회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낙오자들에게도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는, 건강한 사회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2-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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