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지도부 막장 드라마 보여줄 셈인가

[사설] 여야 지도부 막장 드라마 보여줄 셈인가

입력 2013-09-11 00:00
수정 2013-09-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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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한 정국 파행이 추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정국 안정의 궁극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여야 지도부마저 막말 대열에 합류하며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4·19 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의원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에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어제 “민주당의 죄가 이 의원의 죄보다 더 크다”고 받아쳤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내란을 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의 죄질에다 국가기관과 제1야당을 견줘 벌이는 구상유취의 공방에 절로 실소가 나온다.

여야 지도부의 거친 언사는 이뿐이 아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해 “그 뿌리가 독재정권 군사쿠데타 세력에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다”고 비난했고, 이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은 종북세력의 숙주 노릇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치받았다. 김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만행에 사과한 점을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의 것이라기엔 죄다 격을 망각한, 대단히 적절치 않은 발언들이다. 극소수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대체 이런 막말 공방으로 어떻게 국회를 정상화하고 민생을 살피겠다는 것인지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딱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여야가 이처럼 ‘독재의 뿌리’니 ‘종북 숙주’니 하며 서로에게 낙인을 찍어대는 목적은 단 하나, 정국 주도권 확보다. 이석기 사태로 인해 종북세력에게 쏠린 국민들의 시선을 다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되돌리려고 민주당이 강공 모드를 택했고, 이에 질세라 새누리당이 ‘이에는 이, 귀에는 귀’ 식으로 한 치 양보 없이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 모두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는 이제 공안당국의 수사와 사법부의 심판에 의해 가려질 일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실체 또한 이미 1심 재판에 착수한 사법부의 심판에 달린 일이다. 정치권의 손을 떠난 문제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뿌리가 쿠데타 세력이라고, 민주당이 종북의 숙주라고 목청 높여 외친들 이를 곧이곧대로 듣고 따를 우민(愚民)이 아니다.

파행 정국에 대한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 정기국회 공전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을 계기로 여야는 즉각 국회 정상화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2013-0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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