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도청 파문, 우리 정보전력 강화 계기 삼길

[사설] 美 도청 파문, 우리 정보전력 강화 계기 삼길

입력 2013-10-31 00:00
수정 201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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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정상들에 대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활동 의혹으로 지구촌이 술렁대고 있다. 미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10년 넘게 도·감청하는 등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38개국의 정부와 해외 공관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게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이다. 심지어 독일 슈피겔지는 미 NSA와 CIA가 유럽 19개국 등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도·감청 시설을 두고 해당국 정상 등 주요인사들의 활동을 감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감시망에서 동맹인 우리 정부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에 대한 우리 외교부의 해명 요청에 미 정부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정보활동을 재검토할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사실상 도청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스노든의 폭로 자료를 갖고 있는 영국 가디언지는 조만간 한국 정상 등에 대한 도청 등 추가 폭로를 예고한 바 있어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뒤로는 동맹국과 우방의 정상들까지 감시하는 터에 앞으로는 사이버 정의를 외치는 미국의 행태는 위선적이다. 그러나 미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비판만 하면서 우리의 안보 현실에는 눈 감아서는 안 될 말이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방정보국(DNI) 국장이 어제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맹국들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도청 행위를 해 왔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듯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 오늘날 지구촌 정보전쟁의 현실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밝혔듯 미국의 정보 활동은 다소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방국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다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정교해질 것이고, 이는 다른 나라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차세대 전쟁의 승패는 핵이 아니라 정보능력에서 갈린다고 한다. 미 정부를 비난하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피아(彼我)가 따로 없는 정보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보전에 임하는 우리의 창과 방패를 더욱 강화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2013-10-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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